▲ 금속노동자
금속노조(위원장 김호규)가 제조업 노동자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산업별 임금체계를 마련한다. 논의가 가리키는 방향은 ‘하후상박 연대임금’이다. 대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폭을 줄여 영세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흘러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용자들을 공동논의기구에 참여시킨다. 제조부문을 필두로 사회양극화 완화 단초를 마련하고 산별교섭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노조의 복안이다.

◇"공동위원회 불참하면 교섭 타결 없어"=13일 노동계에 따르면 노조는 전날 밤 늦게까지 이어진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올해 교섭방침을 확정했다. 대의원들은 산별중앙교섭을 포함한 모든 교섭단위 사용자들에게 ‘산별임금체계 마련을 위한 금속산업 노사공동위원회 구성’을 통일요구안으로 제시하기로 했다. 노조 산하 사업장 중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를 구성해 산별중앙교섭에 참여하는 사업장은 67곳이다. 전체 사업장의 5분의 1 수준이다. 노조는 산별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사업장에도 노사공동위 참여를 요구한다.

노조 관계자는 “사용자협의회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과 개별교섭이나 대각선교섭이 이뤄지더라도 노사공동위에 참여하지 않으면 교섭 결과를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노사공동위 참여 없이는 교섭이 타결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단체교섭이 마무리되는 시점인 올해 10월께 노사공동위를 꾸릴 방침이다. 노조가 생각하는 산별임금체계는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을 원칙으로 한다. 기업규모나 고용형태로 인해 생기는 임금격차를 없애겠다는 얘기다. 임금격차는 저임금 노동자는 많이 올리고, 고임금 노동자는 조금 올리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이른바 하후상박 연대임금이다.

◇"완성차 공장은 1군, 나머지는 2군"=사회양극화 해소방안으로 연대임금 주장이 제기된 것은 한두 해 전이 아니다. 일부 산별노조는 매년 비정규직 조합원의 임금인상률을 정규직의 두 배 이상으로 책정해 교섭에 임한다.

노조 상황은 달랐다. 조합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완성차 대공장 노동자들의 반대로 연대임금 개념을 구현한 사업을 추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노조는 올해 처음으로 완성차 대공장 노동자와 나머지 조합원의 임금인상 교섭을 이원화한다.

1군은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한국지엠이다. 노조는 1군 사업장에 기본급 5.3% 인상을 요구한다. 나머지 사업장에서는 7.4% 인상을 추진한다.

노조 관계자는 “완성차 대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은 적게 올리고 나머지는 더 올리는 것으로, 노조가 올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교섭방식”이라며 “하후상박 연대임금으로 산별교섭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지도부 의지에 완성차 지부들이 동조했다”고 설명했다.

하부영 노조 현대차지부장은 최근 <매일노동뉴스> 인터뷰에서 “조합원들을 끝까지 설득해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사용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여부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1군 사업장에 △1군과 2군 임금인상률 차이 2.1%를 원청사가 부담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근절 △최초계약 납품단가 보장을 요구한다.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노조가 원청에 납품단가 인하 근절 등을 요구하는 것이 회원사의 노사공동위 참여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며 “노조 요구안이 공식적으로 전달되면 현장 설명회를 갖고 의견을 취합해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노사공동위가 장기적으로 사용자들의 산별교섭 참여를 유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대기업노조의 선도투쟁으로 중소기업 노동자 복지가 동반성장하던 시대는 2000년대 들어 끝났다"며 "대기업노조 노동운동이 사회적 괴리를 빚는 상황에서 노조가 처음으로 기업별 차등임금 인상에 나서는 것은 연대임금 정신을 실현하는 데 첫발을 뗀 것으로 높이 살 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용자들이 산별교섭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임금체계만을 놓고 노사가 공동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양측의 협의 폭을 넓히는 바람직한 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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