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평소 운동경기는 야구만 보는데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남북 단일팀으로 구성한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는 의무감(?)으로 시청했다.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면서 주목했던 것은 선수들이 교체되는 방식이었다. 선수들이 경기 중간에 수시로 교체되는 장면에 관심이 갔다. 아이스하키 한 팀은 22명(이번 단일팀만 25명)으로 구성된다. 그중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선수는 6명이다. 선수들은 수시로 교체된다. 장비가 무겁고 운동량이 많아 선수들의 체력소모가 크기 때문이란다.

축구나 야구는 선수 교체횟수가 제한돼 있다. 한 번 교체된 선수는 다시 경기에 참여할 수 없다. 아이스하키는 그런 제한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경기 특성에 맞게 조직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셈이다. 아이스하키팀 운영을 노동조직과 비교할 수 있을까? 노동조직에도 아이스하키팀 같은 방식으로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노동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인 환경에서는 필연적으로 노동조직 유연성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작업조직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사례를 보자. 장시간 노동을 줄이는 데 효과를 보고 있는 간호사 조직 이야기다.

간호사는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에 해당하는 직업이다. 24시간 운영하는 하는 업무 특성 때문에 2교대나 3교대로 운영한다. 교대근무 피로감은 여성 간호사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다. 그런데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1개 조를 추가로 구성하게 되면 필요한 인원규모가 커진다. 단기적으로 1개 조를 추가로 구성하기에는 조직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 있다.

이럴 때 생각할 수 있는 제도가 PRN 간호사제도다. PRN(Pro Re Nata)은 ‘필요할 때 즉시 조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용어인데, 간호사 조직에서는 교대근무조에 편성되지 않고 통상 근무시간(보통 오전 9시~오후 6시)에 편성돼 데이(Day) 근무조(오전 7시~오후 3시30분)와 이브닝(Evening) 근무조(오후 2시~오후 10시30분)를 지원하는 간호사다. PRN 간호사의 장점을 살펴보자. 첫째, 인수인계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간호사는 주로 3교대를 하는데 이때 환자의 처치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신참 간호사일수록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이 길다. 교대하는 시간에도 환자를 처치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인수인계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인수인계 시간은 간호사 장시간 노동을 발생시키는 핵심 원인이다. PRN 간호사는 인수인계 시간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교대시간 때 발생하는 환자 처치를 PRN 간호사가 담당하면 교대하는 간호사의 인수인계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둘째, 돌발적인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간호사의 갑작스러운 퇴사나 경조사가 발생해 대체근무가 필요할 때 PRN 간호사가 대체근무를 하게 된다. PRN 간호사가 없으면 휴무자 중에서 대체근무자를 찾아야 한다. 이직률이 많은 간호사 조직은 대체근무자가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것도 간호사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다. 셋째, 동료 간호사 노동강도를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응급환자가 발생하거나 동료 간호사의 업무에 부하가 걸릴 때 PRN 간호사가 지원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동료의 노동강도를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넷째, 동료 간호사의 장기휴가를 가능하게 해서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간호사는 교대근무 특성상 5일 이상 장기휴가를 사용하기 어렵다. PRN 간호사가 대체근무를 지원하면 1주일 이상 장기휴가도 가능하다. 노동시간단축 효과를 볼 수 있다.

아이스하키팀과 간호사 조직은 인력운영을 유연하게 함으로써 구성원 피로도를 줄이고 조직역량을 키우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물론 선수를 자주 교체하면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고, 적정인력을 확보하지 않은 채 PRN 간호사 제도를 운영하면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노동시간단축이라는 제도적 환경변화를 맞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유연한 조직은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 될 수 있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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