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노조
최근 고압전류를 만지다 백혈병으로 숨진 전기원 노동자가 최초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가운데 전기원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역학조사와 특수건강검진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자파 직업병 발생의 책임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직접활선공법을 들여온 한국전력에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직접활선공법은 전류가 흐르는 상황에서 작업자가 고무장구를 끼고 작업하는 공법이다. 작업자가 전기에 노출된 상태에서 전선을 교체하기 때문에 감전사는 물론 전자파에 의한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자료에 따르면 2009~2014년 송·배전공사 감전사고로 18명이 숨지고, 159명이 다쳤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송·배전선로 공사를 할 때 핫스틱·로봇장비를 사용하거나 작업구간에 전류가 흐르지 않도록 우회하는 바이패스케이블 공법을 쓴다.

직접활선공법에 따른 사망·부상사고가 잇따르자 한전은 2016년 6월 직접활선공법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아직도 여러 공정에서 직접활선공법이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27일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가 2015년 5월31일 백혈병으로 사망한 장아무개씨의 질병을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정하면서 직접활선공법 폐지 요구가 불붙고 있다.

장옥기 위원장은 "아직도 한전은 사람 잡는 직접활선공법을 사용한다"며 "전자파가 직업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밝혀진 만큼 정부와 한전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했다. 2014년부터 전자파 노출과 암질환 사이 관련성을 연구했던 이철갑 조선대 교수(직업환경의학과)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전기원 노동자들은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하면서도 제도적으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전기원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을 하고, 이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특수건강검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전 관계자는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간접활선공법을 현장에서 운용하고 있는 중"이라며 "특수건강검진은 정부부처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하반기까지 전자파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건강진단으로 유해성을 확인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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