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무얼 하겠다고 이러는 것일까. 쓰고 다시 쓰고, 말하고 다시 말하고 나는 왜 이러는 것일까. 칼럼과 논문, 토론과 인터뷰를 통해 떠들어도 귀 막은 세상은 아무것도 듣지 않는데 어쩌자고. 한탄은 낙담으로, 절망의 바다로 빠졌다. 지난달 28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전날 환경노동위원회를 거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법률이었다. 공무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에게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할 수 있도록 하고(55조2항),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5개로 축소하고 특례업종에도 11시간 연속휴식시간을 부여하는(59조)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지만, 내 관심은 1주가 휴일을 포함한 7일이라고 명시하고(2조1항7호), 8시간 이내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만을 지급토록 한(56조2항) 개정내용이었다. 이런 근로기준법 개정을 두고서 드디어 우리 노동자도 ‘저녁 있는 삶’이 가능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중소기업 등의 인력난을 가져오고 부담을 초래하며 노동자에게도 임금 감소가 따를 수 있다고 진단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다. 위 개정 법률 내용을 읽어 보면, 일부는 휴일근로의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제외하고서 어쨌거나 종전보다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냐고, 내게 왜 낙담하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 국회 의결에 절망하면서 나는 그 개정 법률을 읽을 수밖에 없다.

2. 이번 개정 법률에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성명을 발표하고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어 국회 의결에 반대했다. “노동시간단축이라는 중요한 입법내용을 공론화 과정도 없는 ‘깜깜이’ 법안으로 노동계와 단 한 차례 협의도 없이 자기들끼리 주고받기 밀실합의로 짬짜미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킨 것은 그 내용을 떠나 입법절차상 심각한 하자를 보여 준 것이다.” 지난달 27일 새벽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고서 발표했던 민주노총 ‘브리핑’ 내용이다. “깜깜이 근로기준법 개정안, 결국 짬짜미 법안이 됐다. 일부 진일보한 안도 있지만 불충분하고 부실한 개정안이다”는 제목의 브리핑이었다. 민주노총은 “1주 7일 명시와 주 52시간 노동시간 적용, 관공서 공휴일 민간부문 도입은” 진일보한 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긴급산별대표자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위법한 행정지침에 면죄부를 준 점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앞두고 국회가 서둘러 입장을 정리한 점, 당사자인 노동계와 사전에 협의가 없었던 점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다”며 “회의에서는 지난해 말 환노위 여야 간사단 합의안보다 진일보한 내용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고, 특히 한국노총의 적극적인 요구와 노력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민간사업장에 도입되고, 특례업종이 26개 업종에서 5개 업종으로 줄어든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 나라 노조운동은 이번 개정 법률을 일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특히 ‘1주 7일 명시와 주 52시간 노동시간 적용’에 관한 부분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런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개정에 절망한다.

3. 이번 개정 법률에 관한 평가를 보자면, 관공서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할 수 있도록 한 개정부분이 진일보한 것이라고 우리 노조들은 보고 있다. 이것이 다른 사항들과 함께 개정되면서 비롯된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논의를 보자면, 이것은 함께 포함해서 봐야 할 사항이 아니다. 공무원이 아닌 일반 노동자에게도 국경일 등 달력에서 빨간날로 표시된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면서 국회에 이에 관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됐던 것이고, 이는 주 52시간 노동시간 적용에 관한 논의와 무관한 것이었다. 지난해 5월 촛불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법률로 제정해 공휴일 및 대체공휴일을 전체 근로자에게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는 “주 52시간 준수”와 연계한 것은 아니었다(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 69면·353면). 기존 법령에 따른다면 우리의 경우 국경일 등 공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 공무원만 휴일로 보장되고, 일반 노동자에게는 휴일이 아니었다. 사업장에서 협약·근로계약·취업규칙 등에서 휴일로 정하고 있을 때만 노동자는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공휴일에 쉬지 못하고, 일을 해도 휴일근로로 인정받지 못하는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정규 노동자의 휴일보장 차원에서 논의됐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관한 평가로 이를 언급할 수 있을지 몰라도, 주 52시간 노동시간 적용에 관한 개정 법률 평가로 이를 언급해서는 안 된다.

이에 따라 이번 근로시간단축에 관한 개정 법률을 살펴보면,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고 규정해 1주가 휴일을 포함한 7일임을 명시하되(2조1항7호), 사업장 규모 등에 따라 2021년 7월1일 이후까지 순차로 시행하고(부칙 1조2항), 예외적으로 근로자 상시 30명 미만의 사업장은 2021년 7월1일부터 2022년까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 1주간 8시간 연장근로를 허용하며(53조3항, 부칙 2항), 8시간 이내의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하고 8시간을 초과하는 휴일근로에 대해서 통상임금의 100%를 가산해 지급하고(56조2항), 현행 26개인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5개로 축소하고 노선여객자동차운송사업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며 근로시간 특례가 유지되는 업종에 근로일 간 11시간의 연속휴식시간을 부여하며(59조), 고용노동부 장관은 2022년 12월31일까지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 등 제도개선을 위한 방안을 준비하도록 한 것(부칙 3조) 등이 그 내용인 것이다.

4. 1주가 일요일 등 휴일을 포함한 7일이라는 것은 명확하다. 그걸 법 규정으로 명시해서 분명히 한다는 입법은 정말 한심한 일이다. 이런 식의 입법이라면 1일은 24시간이라고 명시하고, 1년은 365일 내지 366일이라고 12개월이라고 명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조만간 국회에서 발의돼 통과돼야 마땅하다. 1953년 근로기준법을 제정하면서 규정한 1일 8시간, 1주 48시간의 기준근로시간에 관한 입법은 누가 뭐래도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규제하고자 하는 노동제로서 도입한 것이다. 1일 8시간씩 일하면 주휴일 1일을 제외하면 6일 동안 48시간을 일하게 되는 것이라서, 당시 1일 8시간, 1주 48시간을 기준근로시간으로 규정한 것이었다. 이는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특별한 노동입법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세계 노동운동의 역사였다. 19세기 후반 국제노동운동은 그것을 요구로 전개됐다. 그 결과 1919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창설되자 이를 제1호 협약으로 채택했다. 그 뒤 이를 쟁취하지 못한 나라에서 노동운동은 이를 주된 요구로 내세웠던 것이고, 일제 강점하 식민지 조선의 노동운동도 마찬가지였다. 이 자본의 세상에서 노동운동은 노동제를 제외하고서 본다면 보잘것이 없다. 노동조합 등 노동자조직을 통해서 쟁취한 노동자권리에서 노동시간에 관한 것을 제외한다면 내세울 만한 것이 별로 없다. 그만큼 노동시간단축을 위한 노동제는 이 세상에서 노동자권리의 본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을 빼고서는 감히 이 세상에서 노동자권리를 내세울 것이 없을 만큼 본질적인 권리인 것인 것이고, 그래서 1953년 제정 당시에 이를 근로기준법에 도입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주 48시간을 주 44시간, 주 40시간으로 단축해 왔던 것이다. 오늘 이 나라에서는 일자리 창출로서 주 52시간 노동시간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노동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논의돼 도입됐던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리의 경우 이런 노동제의 의의는 망각한 채 논의해 왔다.

박근혜 정권에서 권력의 압박에 의해서 노사정 합의가 추진됐다. 2015년 9월15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이 참여해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대표자들의 합의로 체결된 노사정 합의는 노동시간단축에 관한 사항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었다. 이 노사정 합의 직후 이를 입법 발의한 당시 집권 새누리당의 의총자료 ‘노동시장 선진화 법안 주요내용’에서는 근로시간단축에 관해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여부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관련 소송이 대법원 계류 중”이고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해당한다는 판결 확정시 연착륙 방안이 없는 근로시간단축에 대한 산업현장(중소기업)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입법보완을 하되, 기업규모별로” 단계별로 시행하고 “8시간 이내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이 중첩되지 않도록 정비”하며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대폭 축소에 관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새누리당이 국회에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1주를 휴일을 포함한 7일로 정의하고, 2020년까지 기업규모별로 단계별로 시행하며, 노사합의로 2023년까지 1주 8시간 범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8시간 이내의 휴일근로의 경우 통상임금의 50%를 가산 지급하고, 8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의 경우 통상임금의 100%를 가산 지급하도록 하고 있어서, 이번에 국회에서 의결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근로시간 부분과 다를 것이 없는 것이었다. 도대체 노동시간단축에 관한 근로기준법으로서는 일부라도 진일보한 법률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이번 노동시간에 관한 개정 법률은 박근혜 정권의 압박에 의해서 했던 노사정 합의보다 진일보한 법률이 아니고 따라서 긍정적이라고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고작해야 이 대한민국이 주 52시간 노동제의 나라라고 공식화한 법률인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기 위한 법정근로시간·노동제를 말하면서 주 52시간 운운하는 것은 정말 낯 뜨거운 짓이다. 그건 150년 전 노동운동 초창기 국가에서나 법률로 규정할 만한 것에 불과하다. 오늘 나는 이렇게 다시 쓰고서 주 52시간 노동제의 나라에 절망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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