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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로스 미국 전국간호사연대 공동위원장·베크 헤르베르트 베르디 보건의료분과 부위원장] “간호사 숫자 늘려야 감염성 줄고 환자 안전해진다"
   
▲ 베크 헤르베르트 부위원장(사진 왼쪽)과 진 로스 공동위원장.
올해 보건의료 분야 화두는 ‘좋은 일자리 창출’이다. 인력부족과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해 ‘출근하고 싶은 병원’을 만들자는 의미다. 성심병원 갑질 논란을 포함해 최근 서너 달 새 병원에서 일어난 사건들이 이 논의에 불을 지피는 데 한몫했다.

보건의료노조가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미국·독일·캐나다를 비롯한 국외 노동단체 간부들이 함께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티마크그랜드호텔에서 미국 진 로스(Jean Ross·사진) 전국간호사연대(NNU) 공동위원장과 독일 베크 헤르베르트(Beck Herbert·사진) 베르디(Ver.di) 보건의료분과 부위원장을 만났다.

베르디는 우리나라 노조들이 조직화 모델로 삼고 있는 산별노조다. 로스 공동위원장과 헤르베르트 부위원장에게 미국과 독일 보건의료 분야 노동현안을 들었다. 이들은 한국 보건의료 분야 해법도 제안했다. 두 사람은 옷에 민주노총 한상균 전 위원장과 이영주 전 사무총장의 석방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긴 배지를 달고 있었다.

“미국, 노조가입 여부 따라 노동조건 천차만별”

- 한국 보건의료 분야 이슈는 좋은 일자리 만들기다. 미국과 독일 간호사 노동조건은 어떤가.

진 로스 : 미국은 노조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노동조건이 천차만별이다. 노조가 있는 병원은 임금이 높고, 사측을 상대로 한 발언권도 상대적으로 강하다. 노조가 있다 하더라도 안전인력비율법이 제정돼 있지 않은 주의 인력에 한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간호사에게 많은 수의 환자를 배정하려는 병원과 매번 싸워야 한다.

베크 헤르베르트 : 독일은 산별노조가 상당히 안정된 노동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각 사업장에서 항상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모든 공공부문에 산별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이 있다. 단협에 임금뿐 아니라 직업의 안정성·사회보장까지 담는다. 노동자들에게 상당히 좋은 조건이 주어진다. 간호사는 근무조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노동시간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규정 시간보다 오래 일하면 업주가 벌금을 내야 한다. 가령 병원이 간호사를 대상으로 어떤 법을 위반했다면 한 건당 2만유로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다만 인력부족으로 간호사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독일에서도 풀어야 할 과제다. 간호사들의 노동강도는 매우 세다. 사고율도 높은 편이다. 독일 산별노조도 이 부분을 두고 여전히 싸우고 있다. 공공병원과 민영병원의 상황이 다를 수 있다.

- 노조 조직화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미국 간호사 조직률은 얼마나 되나.

진 로스 : 미국의 간호사 조직률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 캘리포니아주 조직률은 70% 수준으로 높지만 전국적으로는 굉장히 낮다. 미국 사업주들이 똘똘 뭉쳐 있기 때문이다. 노조를 조직하려고 하면 굉장한 위협을 가한다. 조직화가 너무 어렵다. 미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노동자는 언제든지 채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건의료기관들은 표면적으로 환자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지만, 실제로는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노조 조직화와 노동조건 향상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미국 민주당이 노동자들의 권리를 그나마 지원해 줄 수 있는 정치세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민주당조차 업주들과 굉장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트럼프가 집권하는 시대여서 노조 조직이 더 어렵다.

“환자·간호사 안전 위해 안전인력비율법 도입해야”

- 간호사 인력부족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각국 공통의 문제인 것 같다. 대안으로 안전인력비율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진 로스 : 안전인력비율법을 제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미국 50개주 중 캘리포니아주만 이 법을 시행하고 있다. 법이 시행된 뒤 노동조건이 굉장히 많이 개선됐다. 안전인력비율법이 시행되자 캘리포니아에서 수많은 간호사들이 직장으로 돌아왔다. 한국이 높은 간호사 이직률 문제를 이 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최근 한국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간호사가 있다고 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원인은 인력부족을 비롯한 구조적 문제에 있다. 이런 부분을 관련법을 통해 개선하려고 하는 보건의료노조의 노력을 100% 지지한다.

베크 헤르베르트 :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면 간호사가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없게 된다. 환자와 간호사 모두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 안전인력비율법 효과를 증명한 미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간호사 숫자가 줄어들수록 감염성 질병이 증가하고, 간호사들의 실수나 부상도 늘어난다. 인력을 확충하면 이런 부분이 줄어들어 오히려 병원 재정이 절감된다는 뜻이다.



안전인력비율법은 간호사 대비 환자 비율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진 로스 공동위원장은 “안전인력 비율을 24시간 단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지켜야 하는 것이 법의 핵심”이라며 “낮근무든 밤근무든 식사나 휴식으로 자리를 비울 때 언제나 그 자리를 채워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전인력비율법은 확장 가능성이 높다. 실제 미국 여러 주의회에 계류돼 있다.

베크 헤르베르트 부위원장은 “독일에서도 최근 안전인력비율법을 전국적으로 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유럽 몇몇 국가에서는 이미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 국회에는 보건의료 인력을 국가가 책임지는 내용의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이 계류돼 있다.



- 한국에서는 병원 ‘태움 문화’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이것도 인력부족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진 로스 : 동의한다. 인력·장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편안한 마음으로 일할 수 없고, 그러다 보면 누군가 책임을 전가할 사람을 찾게 된다. 서로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도 간호사들 관계는 안전인력비율법 제정 또는 노조 여부에 따라 차이가 난다. 노조가 있으면 노동조건이 좋기 때문에 동료들이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내는 편이다. 인력이 부족한데도 새로 온 간호사를 붙잡아 두려고 오히려 잘해 주는 곳도 있다.

“절대적인 복종·괴롭힘은 비생산적”

- 병원은 환자 생명을 다루는 곳이다.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점에서 위계질서가 강조되기도 한다. ‘태움 문화’가 위계질서의 변형이라는 비판이 있다. 신규간호사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진 로스 : 안타깝게도 병원 조직문화는 수천년에 걸쳐 가부장적인 문화로 형성돼 왔다. 미국에도 직책에 따른 위계질서가 있다. 그렇지만 선배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하는 문화는 굉장히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간호사 각자의 전문성을 인정한다. 가령 한 근무조에 간호사가 두 명 있다면 한 명이 다른 간호사를 압박하기보다는 ‘우리 둘이 이 일을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를 상의해서 알아낸다. 역할에 따라 다른 간호사들에게 지시를 하기도 하지만, 그런 것은 동료로서 하는 것이지 (절대적인) 명령을 내리는 게 아니다. 그것을 빌미로 인간적으로 괴롭히는 일은 없다. 물론 경험이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신규간호사와 경험 많은 간호사가 함께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신규간호사는 자격증을 따고 들어온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신뢰가 있다.

베크 헤르베르트 : 독일에서는 입사한 뒤 따로 멘토를 두지 않는다. 학교 교육과정 절반을 병원 멘토에게서 배우는 실습에 할애하기 때문이다. 졸업을 하고 나면 스스로 일할 수 있는 간호사가 돼 있다.

- 한국 보건의료 노동자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면.

진 로스 : 간호사로서 당면한 문제들은 전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 보건의료노조가 투쟁을 통해 엄청난 성과를 이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함께 많은 일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베크 헤르베르트 : 보건의료노조가 산별노조로서 진정한 발전단계로 들어가기를 바란다. 사용자는 노동자들과 노동조건을 논의하는 산별교섭 자리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사회적 대화가 노동자뿐만 아니라 회사나 정부의 많은 문제를 함께 풀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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