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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후속대책은 ‘격차 줄이기’

국회가 오랜만에 해야 할 일을 했다. 모처럼 여야 합의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노동시간단축 논의를 시작한 지 5년 만이다. 주당 노동시간 상한을 68시간으로 여긴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은 폐기된다. 법정 노동시간은 주당 40시간, 당사자 간 합의에 따른 연장노동은 주당 12시간만 허용된다. 주당 노동시간 상한은 52시간이다. 2004년부터 시행된 근기법 개정안(주 40시간제)이 14년 만에 정상화 수순을 밟는 셈이다. 2018년 2월28일 국회는 노동시간 상한을 둘러싼 해석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노동시간 특례업종 26개를 5개로 대폭 줄인 것은 진전이다. 기존 논의에서는 10개를 남기는 방안을 고려했다. 그보다 줄였으니 근기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예외조항을 없애야 할 명분이 외려 커졌다. 근기법 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를 적용받던 노동자 453만명 가운데 341만명은 노동시간단축을 적용받게 됐다. 공무원·공공기관에 적용하는 공휴일을 법으로 보장한 대목도 눈에 띈다. 일터의 휴일·휴가 문화를 바꾸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를 통과한 근기법 개정안을 보면 아쉬운 마음도 든다. 우선 국회는 5인 미만 사업장에 근기법 적용을 확대하는 논의에 소극적이었다. 이번에도 5인 미만 영세사업장 노동자는 노동시간단축에서 제외됐다. 2016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는 무려 570만5천551명이다. 노동자 10명 중 3명을 근기법 사각지대에 방치한 것이다. 유급휴일로 보장하는 공휴일조차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겐 그림의 떡이다. 근기법을 개정하면서 예외로 남겼다.

근기법 특례로 묶인 5개 업종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올해 9월부터 11시간 연속 휴게시간을 보장받았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다. 육상운송업(노선버스 제외)과 수상운송업·항공운수업·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보건업 등 5개 업종 112만명의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으로 신음할 수밖에 없다. 5인 미만 사업장과 근기법 특례적용 5개 업종 노동자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700만명에 이른다. 근기법 개정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도 적용제외 또는 예외로 남은 노동자가 적지 않다. 노동시간 양극화를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까닭에서다.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는데, 이게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올해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2020년 1월 50~299인 사업장, 2021년 7월 5~49인 사업장에 주 52시간 상한이 적용된다.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2022년 말까지 노사합의를 전제로 주 8시간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된다. 중소사업장 경영사정을 고려했다지만 실노동시간 단축이 지체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2004년 주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법정노동시간을 단축한 이후 미친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14년 동안 실노동시간 단축 효과는 크지 않았다. 법정 노동시간단축으로 실노동시간이 줄어들기보다 주 5일근무제 형태로 근무일수만 축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나마 줄어들던 실노동시간마저 최근 정체상태에 놓였다. 반면 대기업과 중소사업장,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시간 격차가 확대됐다.

국회는 이러한 흐름을 바꾸는 근기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장시간 노동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새 일자리를 늘리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노동시간 양극화에 관한 처방을 하지 않은 채 모래성을 쌓을 수 없는 노릇이다. 주당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면서도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실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시간 격차 해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동시간단축에서 소외되는 5인 미만 사업장과 근기법 특례적용 5개 업종 노동자를 고려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 근기법 사각지대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근기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한 법이다. 당연히 모든 노동자가 적용받아야 한다. 근기법 59조 특례조항은 아예 없애야 한다. 국회는 5개 특례업종 실태조사를 거쳐 이러한 논의에 나서 주기 바란다. 노동부는 과거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실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시간 격차 해소를 위한 장기적인 플랜을 세워야 한다.

박성국 논설위원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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