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된 혐의 내용은 큰 차이가 없는 데도 단지 재판부가 다르다는 이유로 법원이나 판사에 따라 들쭉날쭉하는 양형 편차를 줄이기 위해 대법원이 발벗고 나섰다.

대법원은 21일 국회 법사위 업무보고 자료에서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가칭 ‘양형제도연구위원회’를 발족시켜 양형에 대한 제도적 개선을 추진키로 했다”며 “주요 범죄에 관한 실제 사례를 담은 ‘양형사례집’ 을 발간, 판사들에게 배포해 형량 산정에 참고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이 ‘양형편차 조율’ 에 나선 것은 최근 일련의 재판에서 보여준 양형편차에 대해 시민단체를 비롯한 외부의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데다 방치할 경우 사법부의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양형제도연구위원회’ 는 법관들로만 구성된 ‘양형실무위원회’와 별개로 시민단체와 범죄학자·심리학자 등 학계, 교정전문가, 변호사 등 10여명으로 구성돼 활동하게 된다. 대법원이 외부인사로 구성된 위원회를 발족키로 한 것은 양형실무위원회가 법관들로만 구성돼 일반인들의 인식과 괴리를 보일 수 있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법정책실 관계자는 “새로 발족할 위원회는 현재의 양형에 관한 문제점을 비판·점검하고 외국 사례 등을 연구한 뒤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는 등광범위한 활동을 할 것”이라며 “오는 9월쯤 발족 예정으로 현재 외부인사를 물색중”이라고 말했다.

또 7월 중 전국 판사들에게 배포될 예정인 ‘양형사례집’ 에는 각급 법원에서 실제 선고한 사건 중 살인·강도·뇌물 등 17개 주요 범죄 유형별로500여개의 범죄 사실 및 양형참작요인(양형인자), 선고형량 등이 실린다. 1999년 대법원이 발간한 ‘양형실무’ 가 모의 사례 위주로 구성돼 이론서 성격이 강한 반면 이번에 발간될 ‘양형사례집’ 은 실제 사례 위주로 판사들의 형량 산정에 실질적 도움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송무심의관실 관계자는 “양형실무위원회의 엄선을 거쳐 가장 모범이 될만한 사례만을 추렸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형량 산정의 교과서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형편차 주요사례

-대학교 부정입학-
서울지법은 지난 3월 외국학교의 졸업증명서와 출입국증명서 등 관련서류를 위조해 자녀를 대학에 부정입학시킨 학부모 3명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한달전 같은 사건 관련 학부모 26명은 모두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정치인 금품수수-
서울지법은 지난 2월 공천헌금 등 33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윤환 민국당 대표에 대한 1심재판에서 특가법상 수뢰죄를 적용,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반면 동아건설로부터 1억2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백남치 전의원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노동계 불법파업-
서울지법은 지난 4월 불법집회를 주도하고 지하철 파업을 지원한 혐의등으로 기소된 양규헌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하지만 지난 1월 같은 혐의로 기소된 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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