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상신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일자리를 위협받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엄동설한 추위보다 더 마음이 얼어붙는다. 최저임금이 오르자 곳곳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쏟아진다. 일부 언론은 최저임금이 일자리를 위협하는 역효과를 드러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보수언론이나 사용자측은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프레임으로 공격한다. 장사가 안 되는데 어떻게 임금을 더 줄 수 있냐는 식이다. 정부나 노동계는 통계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데, 감성적 주장에 밀리는 모양새다. 과거 통계가 당장에 엄습한 미래 불안감을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못 주는 소상공인에게 사업을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국가는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까지 살리는 정책을 펴는 게 맞다.

최저임금 제도개선을 주장하는 논리 중에 상여금의 산입 문제는 귀담아들을 만하다. 현재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상여금은 산입하지 않는다. 최저임금법이 매월 1회 이상 고정으로 지급하는 임금을 최저임금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임금에 상여금이 들어가 있는 사업장이 많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조사하는 사업체패널조사를 보면 2013년 기준으로 상여금이 있는 기업 비중은 59.9%로 보고되고 있다. 2005년에는 86.6%가 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이 감소하는 추세에 있긴 하지만, 여전히 상여금을 지급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주장의 논리적 타당성은 최저임금과 상여금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대다수 기업의 상여금은 기본급에 기초해 정률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면 상여금은 기본급의 200% 또는 400%로 결정되는 식이다. 회사에 따라 통상급을 기초로 정하기도 한다. 기본급이 통상급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상여금이 기본급에 연동하는 것은 같다. 기본급이 인상되면 상여금도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민주산업이라는 회사가 있는데, 기본급은 최저임금이고 상여금은 고정으로 400%를 지급한다고 가정해 보자. 월 소정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가정했을 때 올해 최저임금이 6천470원에서 7천530원으로 올라 월급여는 22만1천540원이 인상된다. 여기에 기본급이 인상됐기 때문에 상여금도 인상된다. 앞에서 봤듯이 상여금은 기본급의 400%로 계산한다. 기본시급이 6천470원이었을 때 상여금 총액(400% 기준)은 540만8천920원이다. 최저임금이 7천530원일 때 상여금 총액은 629만5천80원으로 88만6천160원이 인상된다. 이를 12월로 환산하면 월 7만3847원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총임금은 29만5387원이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처럼 최저임금과 상여금은 독립해서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는 것은 타당하다.

다만 조건이 있어야 한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거나 기본급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조건이다. 상여금이 기본급으로 전환되거나 통상임금으로 인정된다면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더라도 근로조건이 저하된다고 볼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완화하기 위한 꼼수도 아니다. 상여금을 기본급이나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고 지급방식만 매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꼼수다.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전환하거나 통상임금으로 정하게 되면 법정수당 기초임금이 인상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총임금 상승효과가 있다. 즉 연장근로수당이나 심야수당, 그리고 연차수당이 인상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노동계로서는 기본급이나 통상급으로 전환되는 조건에서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것은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어 보인다.

상여금은 임금제도에 있어 계륵과 같은 존재다. 현재의 상여금은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변동급이 아니다. 과거 장기근속을 유도하거나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보상수단이었다. 상여금은 고성장 시대에 성과급제도가 활성화하기 전까지는 효과가 컸다. 그런데 고령화와 저성장 시대에 들어서면서 매우 불합리한 제도로 변했다. 상여금이 정률 방식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연공급 임금체계를 유지하는 사업장에서는 부담이 있다. 상여금 기본급화는 노동계 바람이기도 하다. 기본급 비중을 높여 임금 안정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상여금을 기본급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면서 동시에 기존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전되기를 바란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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