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출 절차를 밟으면서 유례없는 속도전을 하고 있다. 외부 반발이 거세지기 전에 김정태 현 회장 3연임을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9일 금융권 노사에 따르면 하나금융 이사회는 이날 회장추천위원회를 열고 27명이던 회장 후보군을 16명으로 좁혔다. 김정태 회장이 후보군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후보추천위는 15~16일께 16명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최종 후보군을 서너 명으로 추린다. 22일 심층인터뷰를 거쳐 차기 회장 후보를 결정한다. 이달 4일 회장후보추천위를 구성한 지 3주도 안 돼 회장 선출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김정태 회장 임기는 3월 주주총회까지다. 금융권 노동계는 김정태 회장 3연임을 매듭짓기 위해 하나금융지주가 속도전을 한다는 입장이다.

회장후보추천위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6명은 3월 말 임기가 만료된다. 사외이사 후보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에서 정하는데 회장이 당연직으로 참여한다. 금융노조 KEB하나은행지부 관계자는 "회장후보추천위 7명 중 5명이 3년 전 김정태 회장 연임에 찬성했다"며 "김정태 회장 사람으로 불리는 이들이 회장후보를 정하고, 회장은 다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비상식적 지배구조에서 제대로 된 회장 임명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부가 참여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는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외이사를 재선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선임된 사외이사들이 회장후보추천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투쟁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현 사외이사를 포함해 소액주주·주주대표 등으로부터 사외이사를 추천받고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며 "공정하지 못한 절차에 의해 선출되면 차기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저지투쟁에 임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하나금융지주 대주주는 지분 9.64%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외국인 지분율이 74%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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