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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노동뉴스 공동 3위] 어느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이란 꿈
   
▲ 공공운수노조
박미숙(가명·59)씨는 지난해 10여년간 운영한 노래방을 접고 경기도 공공기관 청소노동자로 취업했다. 저임금에 몸은 고됐지만 밤새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마음을 졸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 청소노동자로 첫발을 디딘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쯤 그는 며느리에게 “자식에게 짐 되지 않게 오래 일할 수만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씨는 그 바람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대통령이 비정규직 정규직 시켜 준다는데 나도 해당돼?” 올해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는 뉴스를 본 박씨는 아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민간위탁 노동자인 박씨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3단계 전환 대상자다.

아직 그에게 정규직은 손에 닿지 않는 꿈이다. 노동존중 사회 실현과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정권이 들어섰지만 그는 연말이 두렵다.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그는 정규직 전환 전에 해고될까 두렵다. 혹여라도 반장에게 밉보여 계약해지라도 당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달 말 그는 하루 종일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김장김치를 담았다. 결혼한 두 아들네에 줄김치를 싸던 박씨는 “반장도 갖다 줘야겠다”며 한 통을 더 쌌다. “그걸 왜 반장에게 주느냐”는 큰아들의 핀잔에 “아니, 그냥 맛이나 보라고…”라며 겸연쩍어 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지난 연말 반장에게 밉보여 재계약을 하지 못한 동료가 자꾸 떠올랐다.

문 대통령이 선물처럼 던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는 아직 손에 잡히지 않는다. 올해 연말까지 협력업체 직원 1만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던 인천공항은 노사를 넘어 노노 갈등으로 시끄럽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인천공항만 보며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안정”이 최우선 목표라고 했지만 현장에서는 “자회사는 또 다른 용역회사일 뿐”이라고 반발한다.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명확한 지침은 없던 탓에 상시·지속업무와 생명·안전업무를 하는 노동자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박미숙씨는 얼마 전 변신로봇을 좋아하는 손주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며 이렇게 말했다. “최저임금도 오른다는데 내년에는 할머니가 잔업을 더 해서 좋은 선물 사 줄게.” 내일을 알 수 없는 비정규 노동자에게 2017년은 여전히 비정규직 시대다.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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