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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실습생 이민호의 죽음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한 달이 지나갔다. 분노의 불길은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 지난달 9일 제주 음료회사 제이크레이션에서 현장실습생 이민호가 제품 적재기 벨트에 목이 끼여 중태에 빠지는 재해사고를 당했다. 같은달 19일 숨을 거두면서 ‘산업체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인 그의 죽음이 같은 처지에 있는 현장실습생 일반의 인권 내지 노동권 문제로 크게 제기됐다. 이미 올해 1월 LG유플러스 고객상담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전주 특성화고 학생 홍아무개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은 뒤에 진상규명과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시민사회 대책회의까지 출범해 활동해 왔다. 100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조직한 산업체파견 현장실습 중단과 청소년노동인권실현 대책회의는 전주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이후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다양한 현장실습 권리를 보장하며, 청소년노동인권을 보장할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그런데 다시 현장실습생 이민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2. 그의 죽음에 많은 단체에서 성명을 냈고 관계기관이 잇따라 대책을 내놓았다. 안타까운 젊은 죽음에 분노는 당연했다. 다시는 그 같은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에 재발방지 대책은 마땅히 마련돼야 했다. 이민호가 재학했던 서귀포산업과학고 학생들은 지난달 30일 추모선언에서 "고 이민호님이 올해 7월 '살려 줘. 너무 더워' '기계 고장으로 잠깐 쉬고 있다, 물론 지쳐 쓰러질 듯' '아직 고등학생인데 메인 기계를 만진다' '고장 나면 내가 기계 수리까지 해야 한다' 등 친구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공개됐다. 매일 고 이민호님 죽음의 진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한 점 의혹 없이 고 이민호님의 죽음을 밝혀 달라"며 "우리는 고 이민호님 사고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실습생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고, 언제든 내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사고의 원인을 명백히 밝히고, 향후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같은날 대책회의 등은 가지회견을 열어 "산업체파견 현장실습 폐지와 다양한 현장실습 권리보장이 선행되고, 이후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직업교육 틀을 새로 짜 나가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지난 1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더 이상 이런 참담한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의 안전과 인권, 학습권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관계부처들이 현장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정부는 조기취업형태로 운영되던 현장실습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렇게 현장실습생 이민호의 죽음이 있고서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제도는 폐지되게 됐다. 올해 1월 홍양 사망사태로부터 약 1년, 이민호군 사망으로부터 10여일 만에 산업체에 파견돼 일반 근로자와 다름없이 ‘근로’하는 현장실습제도가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는 홍양과 이민호군같이 재학 중에 사업장에서 ‘근로’를 하는 특성화고 등 고등학생은 없게 될 것이다. 지난달 30일 위 단체 주최 기자회견에서 올해 특성화고를 졸업했고 현장실습생이었던 복성현은, 공장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던 친구들은 “기숙사 방안에서 샴푸가 얼고, 철판에 팔이 다 긁혀도 참고 일했다”며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을 폐지해 달라”고 한 호소가 실현되게 된 것이다.

3. 사망사고 발생 이후 해당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온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이달 8일 산업안전과 근로감독 분야에서 모두 680건의 법 위반 사항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점검 결과 산업안전 분야에서 사법처리 50건, 시정지시 26건, 과태료 부과 437건 등 513건, 근로감독 분야에서 사법처리 116건과 과태료 부과 51건을 합쳐 167건 등 680건의 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으며, 특히 산업안전보건 분야에서 법 위반 사항이 많아 안전보건 관리가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관리감독자 등의 직무소홀로 위험 기계·기구에 대한 방호조치와 안전인증, 안전검사 등 24건이 불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노동청은 밝혔다.

무엇보다도 이민호를 숨지게 한 기계의 일부분인 컨베이어 롤러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기계설비 위험성을 평가하고 해당 설비가 안전기준을 충족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인 ‘자율안전확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렇게 특별근로감독 결과는 이민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산업안전 문제를 보여 주고, 이민호가 침해당한 노동권 문제를 보여 주고 있다. 죽음으로 이민호는 그가 학생으로서 현장실습 ‘근로’를 하면서 보호받아야 할 산업안전보건법·근로기준법 등 목록을 받을 수 있었다.

4. 이민호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이라는 ‘근로’는 폐지되는 것이 당연하고, ‘근로’에서 산업안전을 위한 법령상 사용자 의무는 준수되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위 단체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와 같이 대한민국에서 고교생 산업체파견 현장실습제도는 “교육이라는 미명으로 행해지는 것”으로 “정상적인 취업이 아님은 물론이고, 교육도 아니며, 단지 열악한 노동조건, 저임금 노동력 착취가 엄연한 노동현장으로 현장실습생을 밀어 넣는 것일 뿐”이다. 교육이 아닌 ‘근로’를 하는 산업체 현장실습을 국가가 제도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다시는 제2의 이민호군이 이 나라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

그런데 말이다. 그것으로 우리의 분노가 식어서는 안 된다. 이 세상에서 실패는 언제나 부분적 해결에서 비롯됐다. 지금까지 노동자가 노예로서 살아온 것은 미봉적·타협적·절충적 그리고 또 다른 부분적인 이름의 것들에 안주해서였다. 따라서 “더 이상 이런 참담한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며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들의 안전과 인권, 학습권이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다지만, 그래서 정부는 조기취업 현장실습제도를 폐지했다고 하지만, 그것에 그쳐서는 패배라고 노동자는 눈을 부른 채 분노를 식히지 말아야 한다. 노동청이 적발한 산업안전과 근로감독의 문제는 이민호 죽음으로 밝혀졌을 뿐이지 그건 이전부터 계속돼 왔던 것이다. 특별근로감독으로 그것이 드러났을 뿐이다. 산업안전보건법·근로기준법 같은 노동자 보호를 위한 노동법령 등에서 사용자로 하여금 준수하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대부분은 현장실습생이 아니라도, 노동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노동청이 제주의 한 사업장에서 적발했다고 발표한 산업안전·근로감독 분야에서의 법 위반 사항들은 이민호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업장 노동자 모두의 보호를 위해서 이 나라 법령이 규정한 것을 위반한 것이다. 한 해 동안 산재 사망자수는 ‘산업재해예방 안전보건공단’의 공식 통계로 보면 2016년 1천777명, 2015년 1천810명이었다. 해마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일반고 직업반 학생 6만여명이 ‘산업체 현장실습’을 한다.

5. 조기취업 현장실습제도가 폐지되고 더 이상의 이민호는 없어야 한다. 학생이 ‘근로’를 하는 일이 폐지되면 이민호와 같이 학생신분으로서 사업장에서 ‘근로’를 하다 사망하는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학교를 졸업하고서 취업해 ‘근로’를 하게 되면 그는 학생이 아닌 ‘근로자’로서 세계 최고의 산재사망 위험 작업장에서 일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더는 학생이 아니라서 그의 죽음에 분노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간해서는 그의 죽음은 뉴스 기사를 차지하지 못한다. 해마다 1천800명에 이르는 산재사망자 중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극히 일부, 특이한 사례만이다. 그러니 세상의 무관심 속에 오늘도 노동자들은 산재사망을 기리는 묘비도 없는 무덤에 묻히고 만다. 죽지 않고 살아 졸업한다면, 이민호 앞에 닥칠 우리의 세상이었다. 언제나처럼 해결책을 제시하고 분노는 차갑게 식는다. 분명히 지엽적이고 부분적인 것이건만. 어쩌겠는가. 고 이민호군이 살고자 했던 내일, 우리의 세상에서 노동자는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투쟁해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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