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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비정규직들이 외친다 "함께 살자"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인소싱’이라는 말이 있다. 외부 업체에 맡겼던 업무를 되돌려서 직접 회사가 그 업무를 수행한다는 뜻이다. ‘아웃소싱’ 즉 외주화가 하청노동자에게 위험을 떠넘기고, 고용을 불안하게 만들며, 임금을 낮게 만드는 구조라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졌다. 특히 제조업에서 합법적 도급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사내하청 업무를 다시 정규직 업무로 되돌리는 인소싱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외주화를 철회하라고 외치고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라고 주장했다. 이때의 인소싱은 하청 업무를 되돌려 정규직 업무로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해 왔던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현재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 노동자들은 인소싱에 반대하며 파업을 하고 있다. 말은 인소싱이지만 그 의미는 물량이 적을 때 사내하청이 하던 업무를 빼앗아 정규직들이 일하도록 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다시 물량이 늘어나면 그 업무를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에게 맡기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온전한 의미의 ‘정규직 업무로의 전환’이 아니라 물량에 따른 노동유연화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다. 인소싱이 아니라 고용유연화를 극대화한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해고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으로 인정받았고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했어야 할 노동자들이다.

이 노동자들의 해고는 매우 심각한 양상이다. 이미 2015년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1천명이 공장에서 쫓겨났다. 물량이 축소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1교대로 전환하고, 인소싱이라는 이름 아래 비정규직이 쫓겨난 자리로 정규직들이 들어갔다. 그때 해고된 비정규 노동자들은 아직도 한국지엠 군산공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그리고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도 이제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지엠은 11월30일 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비정규직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인소싱은 노사합의가 필요한데 정규직노조의 동의도 얻지 않고 12월4일부터 일방적으로 인소싱을 한다고 통보했다.

글로벌지엠의 경영전략은 늘 이러했다. 글로벌지엠은 러시아·호주·인도공장을 철수시켰다. 공장 철수와 노동자 대량해고에 대해 일말의 거리낌도 없다. 지금이 글로벌지엠의 위기라고 주장하지만 그 위기의 책임은 언제나 노동자들에게만 떠넘겼다. 한국지엠이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15년간 경영권 유지’를 약속했던 기간이 끝났다. 산업은행이 지엠의 독단적 경영을 제어하기 위해 행사하던 ‘지엠 지분매각 거부권’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게 됐다. 그러자 한국지엠은 ‘철수’를 무기로 노동자들과 한국 정부를 협박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지엠에 93%라는 매출원가로 이익을 넘겨줬고, 그것이 한국지엠이 10조원의 순이익에도 불구하고 경영악화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감추면서 말이다.

고용불안이 시작되면서 노동자들은 두려워하게 됐다. 한국 사회에서 물량이 없다는 것, 기업이 철수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을 박탈당하는 것과 같다. 그 과정에서 회사는 인소싱을 들고나와 정규직들을 회유한다. "너희들의 고용을 보장해 줄 테니 구조조정에 침묵하라"는 것이다. 불법파견을 인정받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자 “단기계약직부터 해고할 테니 가만히 있으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더 나쁜 조건으로 일해 왔던 노동자들을 버리고 살아남으라고 속삭이는 것이다. 이런 구조조정 방식은 우리가 익히 경험해 왔던 것이다. 2000년 한국통신 민영화 과정에서 계약직 노동자와 여성노동자 해고에 침묵했던 정규직 노동자들이 경쟁과 실적 압박에 시달리며 회사 구조조정에 순응했듯이 말이다.

인소싱은 현재 노동자들의 갈등을 조장하는 단어다. 실질적인 책임자는 사라지고 좁아진 일자리를 놓고 노동자들끼리 싸우게 만드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상처 입고 공동체는 붕괴되는 아주 나쁜 구조조정 방식이다. 창원공장 사내하청지회 노동자들은 ‘단기계약직 우선해고’를 거부하고 ‘함께 사는 길’을 택했다. ‘남을 희생시켜 내가 사는 길’ 외에 과연 다른 길은 없는지를 질문하는 자만이 택할 수 있는 길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노동강도를 더 낮추고 노동시간을 줄이자고 요구한다. 글로벌지엠이라는 탐욕의 자본을 제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고 요구한다. 모두가 힘을 합할 때 가능한 일이다. 이제 정규직 노동자들이 선택할 차례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김혜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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