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등노동자회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재가동되면서 개헌 논의가 활발해진 가운데 헌법에 노동자 휴식권을 담자는 요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에 잠시 중단됐던 개헌특위는 지난 22일부터 개헌 논의에 들어갔다.

비정규직 연대단체인 평등노동자회(대표 허영구)는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사회 장시간 노동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제는 일할 권리를 넘어 쉴 권리를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인권선언에도 휴식권 명시”

평등노동자회는 “우리나라 연평균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며 “최근에도 집배원·버스·IT 업종에서 과로사가 속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국회가 휴일보장 법제화를 논의 중이고, 일부 지자체가 퇴근 뒤 업무지시 금지 같은 휴식권에 주목하고 있지만 현실은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평등노동자회는 헌법에 휴식권을 명시하고 모든 노동관계법을 휴식권에 기초해 정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휴식권을 헌법적 권리로 격상하고 노동시간 상한제·최저임금 인상·기본소득 보장 등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등노동자회는 “노동계의 개헌 주장은 노동 3권 강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같은 ‘일할 권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개헌 논의 과정에서 휴식권을 포함한 국민 기본권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영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헌법의 기본권 조항들이 근거하는 세계인권선언에는 휴식권이 명시돼 있다”며 “저임금 노동자를 포함해 모든 노동자가 적절히 일하고 적절히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특위 자문위,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헌법 명시 합의

국회 개헌특위는 23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기본권을 논의했다. 이날 김선수 자문위원(변호사)은 자문위원회 논의 결과를 보고하면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헌법에 명시하고 헌법상 ‘근로의 권리’를 ‘일할 권리’로 변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극화 핵심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고용안정이 중요하다”며 “고용안정 추구와 직접고용 원칙,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 밖에 △'노동'으로 용어 개정 △공무원 노동 3권 보장 △단결권을 자유권으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자문위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보고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과 노동으로의 용어 통일을 두고 여야가 입장차를 드러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은 “근로자의 동일가치노동을 획일적으로 평가하면 창의성을 저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개헌 관련 회동을 했다. 정세균 의장은 “국회가 국민에게 약속한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의 최적기”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다음달 초에는 개헌특위 산하에 기초소위를 구성하고 조문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