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KB노협)는 20일 열린 KB금융 임시주주총회에서 노동자들이 추천한 하승수 사외이사 선임안 가결을 추진했다. KB노협을 대표해 박홍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이 주주제안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KB노협)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KB금융지주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18%가량의 주주들이 노조의 도전에 손을 들어주면서 적지 않은 성과도 남았다.

KB금융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윤종규 회장을 재선임하기로 결정했다. KB노협이 추천한 하승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윤종규 회장 선임 안건은 의결권 있는 주식(76.62%) 가운데 98.85% 찬성으로 현장 표결 없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연임에 성공하면서 그는 향후 3년간 KB금융 회장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금융권 노사가 관심을 가졌던 하승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 13.73%, 참석 주주의 17.73%의 찬성을 끌어냈지만 가결조건인 의결권 보유주식 25% 이상과 참석 주주 50% 이상 찬성에 미치지 못했다.

노동계는 KB금융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약 9.7%)을 포함해 18%에 이르는 주주들이 노조 주장에 힘을 실어 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KB 노동자들의 도전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됐고 많은 동의를 끌어냈다는 점은 상당한 성과"라며 "회장의 독주를 견제하고 소액주주 권리가 확대될 수 있도록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다시 한 번 관련 내용의 정관 개정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KB노협은 지주 회장이 연임을 위해 스스로를 후보로 추천하거나, 차기 후계자를 지명하도록 돼 있는 정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회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가 앉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준비하기로 했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 다시 한 번 주주제안을 한다는 복안이다. 박 위원장은 "우리사주를 이용해 회사를 감시하고자 하는 KB 노동자들의 도전 사례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회장은 이날 주주총회 자리에서 "모든 주주에게 사외이사를 제안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고 이를 통해 현직 사외이사 3명이 주주 추천으로 선임돼 있다"며 "노조 주장대로 노동이사제가 아니라면 훨씬 더 (이사회) 접근이 쉬운 문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KB노협의 사외이사 추천을 노동이사제 도입에 해당한다고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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