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윤종규 회장을 재선임하기로 결정했다. KB노협이 추천한 하승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윤종규 회장 선임 안건은 의결권 있는 주식(76.62%) 가운데 98.85% 찬성으로 현장 표결 없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연임에 성공하면서 그는 향후 3년간 KB금융 회장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
금융권 노사가 관심을 가졌던 하승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 13.73%, 참석 주주의 17.73%의 찬성을 끌어냈지만 가결조건인 의결권 보유주식 25% 이상과 참석 주주 50% 이상 찬성에 미치지 못했다.
노동계는 KB금융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약 9.7%)을 포함해 18%에 이르는 주주들이 노조 주장에 힘을 실어 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KB 노동자들의 도전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됐고 많은 동의를 끌어냈다는 점은 상당한 성과"라며 "회장의 독주를 견제하고 소액주주 권리가 확대될 수 있도록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다시 한 번 관련 내용의 정관 개정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KB노협은 지주 회장이 연임을 위해 스스로를 후보로 추천하거나, 차기 후계자를 지명하도록 돼 있는 정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회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가 앉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준비하기로 했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 다시 한 번 주주제안을 한다는 복안이다. 박 위원장은 "우리사주를 이용해 회사를 감시하고자 하는 KB 노동자들의 도전 사례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 회장은 이날 주주총회 자리에서 "모든 주주에게 사외이사를 제안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고 이를 통해 현직 사외이사 3명이 주주 추천으로 선임돼 있다"며 "노조 주장대로 노동이사제가 아니라면 훨씬 더 (이사회) 접근이 쉬운 문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KB노협의 사외이사 추천을 노동이사제 도입에 해당한다고 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