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2017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한 조합원이 두 딸과 함께 무대에 올라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남자아이 하나가 흥겨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곁에 있던 형도 이내 어깨를 들썩들썩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와 사진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댔다. 아이들을 들썩이게 한 음악은 널리 알려진 동요도, 최신가요도 아닌 노동가요 <철의 노동자>였다. 지난 18일 오후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 서울역광장 풍경이다. 이날 광장을 가득 메운 1만여명의 노동자들과 가족들은 인디밴드 타카피가 락 스타일로 리메이크한 <철의 노동자>에 맞춰 “단결” “투쟁”을 외치며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동자들은 “멋지다”며 환호했고 타카피는 “한국노총 짱”이라며 화답했다.

어린이에 안전모 100개 증정

노동자대회는 가족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많은 조합원들이 가족과 함께 서울역광장을 찾았다. 한국노총은 이날 어린이 손님을 위해 안전모 100개를 준비해 나눠 줬다. 시민과 함께하는 노동자대회라는 취지에 맞게 관측 사상 역대 2위 규모의 진도 5.4 지진이 발생한 포항지역 지진피해 조합원과 가족을 위한 모금행사도 진행했다.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기꺼이 지갑을 열고 빠른 복구를 염원했다.

이날 노동자대회는 개회선언도 남달랐다. 김주영 위원장이 아닌 가영진 공공연맹 대회협력국장과 두 딸이 개회선언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3학년인 두 딸은 “무대에 오르니 떨린다”면서도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엄마 아빠와 매일 놀 수 있으면 좋겠다”며 개회를 선언했다.

저임금과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청소노동자들은 업무 중 틈틈이 준비한 문화공연을 선보였다.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조합원들은 팝송 <렛 잇 비(Let It Be)>를 개사해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을 노래로 알렸다.

“저 달 보면 그대 소원 뭔가요. 재계약 재계약 내년에도 재계약. 제발 안녕이란 말은 말아요. (중략) 비정규직 파이팅. 힘들어도 지쳐도 웃어요.”

정기훈 기자



투쟁 사업장 모금에서부터 일일 건강검진까지



노동자대회 한쪽에는 각 연맹과 투쟁 사업장에서 마련한 부스가 설치됐다. 올해 봄 공장가동 중단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농성 중인 썬코어 노동자들은 채권매각 중단과 경영정상화를 요구하며 연대를 호소했다. 썬코어노조는 “썬코어 노동자는 일하고 싶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하며 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활동을 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연임 반대 투쟁을 하고 있는 KB국민은행 노동자들은 ‘윤종규 OUT’이 프린트된 풍선을 나눠 주며 회사의 노조 선거 개입과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했다. 노동자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윤종규 OUT’ 풍선을 다함께 터뜨리며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혔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전면 개정촉구 100만 서명운동 부스에는 서명을 위한 줄이 끊이지 않았다. 노동자들의 일일 건강검진센터도 마련됐다. 의료산업노련은 무료 혈당·혈압체크와 건강상담을 진행했고, 공공연맹과 금속노련은 따뜻한 차와 음료로 추위에 떤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녹였다. 한국도로공사노조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조합원들에게 졸음사고 예방과 안전띠 착용의 중요성을 알렸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