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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큰 정부’ 예산안일까

예산 국회가 시작됐다. 국회는 이달 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내년 정부 예산안을 심의한다. 문재인 정부 첫 예산은 429조원에 달한다. 올해 대비 정부 예산 증가율은 7.1%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편성한 정부 예산안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새 정부 첫 예산은 집권 5년을 내다볼 수 있는 지표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시정연설에서 “그동안 작은 정부가 선이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국민 개개인은 자신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며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짊어졌던 국민들께 이제는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람 중심 경제’로 우리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큰 정부’로의 전환도 예고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따뜻한 예산"이라고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내년 예산안을 “퍼주기 정책”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미래세대에게 부담 주는 예산안”이라고 반대한다.

야권은 공무원 증원과 소상공인(영세사업체) 최저임금 인건비 지원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공무원 3만명 증원 예산 가운데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은 1만5천명의 인건비(4천억원)다. 지방직(1만5천명) 공무원 인건비는 지방정부가 감당한다. 지방교부세·지방교육 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한다. 내년 최저임금(7천530원)이 16.4% 오름에 따라 영세사업체에 2조9천704억원이 지원된다. 인건비 지원은 1년간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정부는 직원 30명 미만 영세사업체 노동자 1인당 최대 월 13만원을 지원한다. 수혜대상은 300만명에 달한다.

최저임금 지원은 고용노동부 예산에 반영됐다. 영세사업체 노동자 지원금 3조원을 포함해 최저임금 후속대책에 따른 예산은 4조3천884억원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구직급여 하한액과 산재보험 직업재활급여 인상에 따른 것이다. 노동부 내년 예산안은 23조7천580억원으로, 올해(18조2천614억원) 대비 30% 늘어난다. 최저임금 후속대책 예산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두 사업 예산만 고려하면 야당들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야당들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따로 있어 보인다. 정부 내년 예산안에는 대폭 줄어든 항목이 있다. 바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다. SOC 내년 예산은 17조7천억원으로 책정됐다. 올해보다 20%(4조4천억원) 줄어들었다.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SOC 사업에 관심이 많은 국회의원 입장에선 예민해지는 대목이다. 삭감된 SOC 예산과 최저임금·공무원 관련 예산을 비교하면 규모가 엇비슷하다. 일부 야당들이 SOC 예산 삭감에 상응해 두 예산안 반대에 화력을 집중하는 까닭이다.

사실 공무원 증원은 국민 생명·안전과 근로감독 같은 필수인원을 고려했다.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로서 갖춰야 할 필수인원을 채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무원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할 때 절반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 미달자는 전체 노동자의 13.6%(460만명)였다. 이들 중 90%가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일한다. 정부가 책정한 영세사업체 노동자 최저임금 지원대상은 300만명이다. 수치상으로 봐도 최저임금 미달자 전체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년에 인상될 최저임금을 고려하면 사각지대에 놓일 노동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지원예산이 최저임금 사각지대를 메우기에 부족하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일부 야당들은 그저 반대 목소리만 키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은 큰 정부 예산안일까. 일부 야당들은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다. 큰 정부라면 세수확충과 지출항목에서 역대 정부와 다른 면모를 보여 줘야 한다. 정부는 고소득자 소득세와 법인세를 올리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과 정부지출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세수확보 방안이 미흡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당은 “복지·일자리 예산이 여전히 미진하고, 중기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며, 사회복지세 부과 등 추가적인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외환위기 이후 역대 정부는 작은 정부만이 살 길이라고 소리 높였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큰 정부론을 선택했다. 여야가 세부 항목을 따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큰 틀에서 문재인 정부 첫 예산안을 들여다봤으면 한다. 나무도 중요하지만 숲도 살펴보는 지혜를 발휘해 주길 바란다.

박성국 논설위원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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