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벌써 2년 전 일이 됐다. 2015년 11월14일 시청광장에서는 민중총궐기집회가 있었다. 노동자·농민·학생을 포함한 각계각층 사람들이 모여 박근혜표 노동개악 반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외쳤다.

당시 집회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이 일반교통방해죄라는 명목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정확한 통계를 낸 것은 아니지만 덕분에(?) 민주노총 법률원에 입사해 지난 2년 동안 내가 가장 많이 한 사건은 임금도 해고도 아닌 일반교통방해 사건이다. 내가 경험한 바로 오랫동안 노동조합에서 일한 활동가치고 일반교통방해죄 전과가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형법 185조는 일반교통방해죄를 범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형법 329조 절도죄를 범한 자에 대해 6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일반교통방해죄는 참으로 대단한 중범죄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중범죄자가 되는 과정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검찰과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집회에 참석해 도로로 나오면 그 즉시 채증사진을 찍어 가담 정도, 행위 정도를 가리지 않고 도로 위에 서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한다. 특정 시간 특정 도로에 서 있는 단 한 장의 사진이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의 전부다.

검사의 이런 무분별한 기소는 대법원 판례 기준에 위배된다. 대법원은 집회 단순 참가자를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하려면 “당초 신고된 범위를 일탈하거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2조에 의한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해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집회 및 시위에 참가했다고 하여, 그러한 참가자 모두에게 당연히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는 없고, 실제로 그 참가자가 위와 같이 신고된 범위의 현저한 일탈 또는 조건의 중대한 위반에 가담해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했거나, 그렇지 아니할 경우에는 그 참가자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 등에 비춰 그 참가자에게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라야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4921 판결)고 판단한다.

내가 만난 조합원 A씨 역시 그렇게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산별노조 조합원이었던 그는 노동조합으로부터 "매월 11월이면 전태일 열사 기일을 기념하는 집회가 열리는데, 올해는 특히 노동법 개악안 등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 예년보다 더 큰 집회가 될 것"이라는 집회 참가 안내를 받고 집회에 참가했다고 했다. 지방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서울에 도착해 서울광장 근처로 이동했는데 자신이 도착했을 당시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 도로는 이미 경찰 차벽에 둘러싸여 차량 소통이 없었고, 사울광장은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 도로에 서 있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나 A씨는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됐고 재판을 받으러 나오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증거는 서울광장에 들어가지 못해 바깥 도로에 서 있을 때 찍힌 사진 한 장이 전부이다시피 했다.

판사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집회 단순참가자로서 이미 경찰 차벽으로 교통 소통이 마비된 상태에서 도로에 서 있게 된 A씨가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고, 일반조합원으로서 A씨의 지위, 집회 참가 경위에 비춰 A씨가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지는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최근 대법원에서도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된 집회 단순 참가자들에 대해 잇따른 무죄판결이 나오고 있는 점은 마땅하고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검사의 무조건적인 기소는 중단돼야 한다. 검사의 무조건적 기소는 집회 참가자들을 위축시키고 결국 집회의 자유를 위축시켜 민주주의 후퇴를 가져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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