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주도해 만든 노조는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사실을 법원이 재확인했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5부(부장판사 김우진)는 지난 27일 금속노조가 유성기업과 유성기업노조를 상대로 낸 노조설립무효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금속노조 손을 들어줬다. 회사가 주도해 만든 노조는 자주성과 독립성이 없어 노조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기업노조인 유성기업노조는 2011년 7월 설립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와 회사가 파업과 직장폐쇄로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던 때다. 유성기업은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둘러싸고 노사갈등이 발생하자 2011년 4월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자문을 받아 같은해 7월 기업노조를 만들었다.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에는 '온건·합리적인 제2 노조 출범' 혹은 '건전한 제2 노조 육성' 같은 내용과 함께 실행방안까지 적시돼 있다. 창조컨설팅이 그린 시나리오에 따라 유성기업은 기업노조를 설립했고, 관리직까지 투입해 기업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만들었다.

유성기업과 유성기업노조는 2012년 사측위원들만으로도 징계가 가능한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징계위원회 해고의결 정족수를 줄이는 방식이었다. 해당 단협은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금속노조는 2013년 1월 유성기업과 유성기업노조를 상대로 "유성기업노조 설립이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지난해 4월 1심 재판부는 "유성기업노조는 설립 자체가 회사 계획·주도하에 이뤄졌고, 설립 이후 조합원 확보나 운영이 모두 회사 계획대로 이뤄졌다"며 "유성기업노조가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금속노조를 대리한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2심도 1심과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정하고 있는 자주성 없는 노조는 설립조차 무효로 본 최초의 고등법원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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