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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도 개선 방향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0일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과 업종별 차등적용을 포함한 6개 제도개선 과제를 논의하는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정부·여당발 발언이 앞다퉈 나온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적 수당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필적 고의’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재계 목소리도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 당사자와 노사정이 생각하는 제도개선 방향을 들었다.


6개 제도개선 과제, 상호관련성·이해균형 고려
김성호 최저임금위원회 상임위원

김성호 최저임금위원회 상임위원

현재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노사 모두 현행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가구생계비 계측·반영 방법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분배 개선과 저임금 해소에 미치는 영향 △최저임금 준수율 제고를, 재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방안 △업종별·지역별 구분 적용방안 △최저임금 결정구조·구성 개편을 각각 제도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노사가 제기한 6개 제도개선 과제에 대해 전문가 TF(18명)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10월까지 초안을 제출해 달라고 했다. 그 초안들을 가지고 11월 TF 워크숍에서 전문가들이 논의하다 보면 내용이 보완·보충될 것이다.

일각에서 최대 쟁점이라고 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는 6개 제도개선 과제 중 하나일 뿐이다. 제도라는 게 어느 하나만 좋다고 해서 완벽해지는 게 아니다. 6개 제도개선 방안들이 상호 관련성과 노사의 이해균형을 고려해 조합돼야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추진력을 받을 수 있다. 6개 과제가 모두 중요하다는 얘기다. 알다시피 전문가 18명의 의견이 일원화되지 못하고 복수 의견들이 나올 것 같다. 좁힐 수 있을 만큼 좁히되, 최저임금위에서 최상의 것들을 선택해 어떤 제도개선 꾸러미를 만들지 논의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 안 돼
정준모 마트산업노조 교육선전국장

정준모 마트산업노조 교육선전국장

최저임금제도 취지는 빈곤근로층 소득을 보장해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 데 있다. 유효수요를 확대하는 경제정책적 목적도 있음은 현 정부 정책방향을 통해서도 다시금 확인됐다. 그러나 현재 재계는 상여금과 수당의 산입범위 포함 등으로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고 하고 있다. 최저임금제도 논의를 노사 임금교섭하듯 산수놀이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 아니다. 부분적 개편만이라면 현재 심의제도하에서 가구생계비 기준을 전환하고 공익위원도 완전 시민추첨으로 구성하는 식으로 이미 나온 여러 방안들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정해진 최저임금도 후퇴시키려는 것을 보면, 본질에서 한참 벗어났다. 7천530원조차 주지 않고서 이후에 어떤 기준으로 소득주도 경제 전환을 평가할 수 있겠는가.

극단적인 임금 양극화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정부가 노동자 직접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임금차액분을 보전해 주는 방식이 좋을 것이다. 안정화될 때까지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부담을 덜어 주자는 것이다. 본질적으로는 최저임금은 재벌 중심 경제생태계 재편, 노동소득분배율 향상, 비정규직 문제, 청소년 노동까지 근본적인 사회구조적 대공사가 필요한 문제다. 기존 최저임금위원회의 그릇으로는 이런 연계된 문제를 다 품을 수 없다. 따라서 민주주의 원리에 입각해 최저임금 결정권한을 국회로 이관해 국민들이 직접 개입해서 결정해야 한다. 또 정당 의석수에 따라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최저임금의 일정수준 법제화를 담보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효과 낮추는 개악 용납 못해
김종인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직무대행

김종인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직무대행

내년 최저임금이 역대 최대치로 인상된 배경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최저임금은 사실상 최고임금으로 작용하면서 노동자 전체 임금을 하향평준화시키는 악효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도 최저임금도 주지 못하는 한계기업과 급여지출이 높아지는 걸 싫어하는 자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자본의 반발이 거세지자 엉뚱하게도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식대·교통비를 포함시킬 수 있다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낮추는 이 같은 개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1988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출범하며 도입된 최저임금제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점은 노동계도 동의한다. 적어도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한 가정 살림을 꾸릴 수 있는 정도는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노동계가 가구생계비를 최저임금 인상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까닭이다. 최저임금을 정부가 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익위원 선출을 노사가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거 공익위원들을 돌아보면 정부나 자본의 이익에 부합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이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해 왔기 때문에 최저임금제도가 자본을 위한 제도가 된 것이다.

정부는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효과를 내려면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동반돼야 한다.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위반사항을 걸러내고, 적발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최저임금제 뿌리를 튼튼히 만들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가 감지되면 노동계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최소한 삶 영위할 수준으로 올리는 게 우선
문현군 한국노총 비정규담당 부위원장

문현군 한국노총 비정규담당 부위원장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지역별·업종별로 차등지급하자고 주장하며 미국 예를 든다. 그러나 미국은 무조건적인 차등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주고 여유가 있는 업종은 가이드라인보다 더 높게 최저임금을 주는 형태다. 경영계는 또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을 포함하자고 한다. 최근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경영계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의견을 밝혔다가 지난 25일 양대 노총 항의 후 사과했다.

우리나라는 과거 자본가들이 노동자에게 임금을 조금이라도 덜 주기 위해 각종 수당을 만들었다. 기본급을 낮게 책정함으로써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수당을 적게 지급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통상임금 소송이 늘어나고 최저임금이 올라가니 경영계는 자신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여금과 복리후생수당 등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자고 주장한다.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임금불평등이 극심한 우리 사회에서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들은 굉장히 많다. 최저임금은 국가가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한 제도다. 그런데 경영계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고민할 부분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최저임금이 곧 실질임금인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소한 먹고살 수 있을 만큼의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올려 안착시키는 것이다. 그 뒤 다른 나라처럼 지역별·업종별 차등지급을 위한 논의를 노사정이 함께 모여 시작해야 한다.


이번엔 반드시 산입범위 바꾸자
임영태 한국경총 경제조사1팀장

임영태 한국경총 경제조사1팀장

내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7천530원이다. 올해 6천470원 대비 16.4% 올랐다. 이번 고율 인상으로 전체 근로자의 23.6%(463만명)가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면서 우리 실생활에 상당한 충격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무인주문시스템을 도입하는 패스트푸드점·편의점이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고율 최저임금 인상이 지속되면서 최저임금 제도의 문제점이 이슈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협소한 최저임금 산입범위다. 우리나라는 정기상여금 등 근로자들이 지급을 보장받고 있는 임금의 상당부분을 제외한 채 기본급과 일부 수당만을 가지고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연봉 4천만원에 달하는 근로자도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는 경우가 상당수 발생하고 있다.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생계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제로 고임금 근로자 임금까지 올려 줘야 하는 현실이 과연 공정한가. 또한 지역별·업종별로 근로강도, 생계비 수준, 기업체 지불능력이 천차만별인데 단일 최저임금을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도 문제다.

지금부터라도 지나치게 협소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보다 현실적인 제도설계를 위해 업종별·지역별로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제도개선 TF를 운영 중이다. 이번에야말로 노동시장 환경 변화를 반영해 낡고 잘못된 제도를 합리적으로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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