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용정보원이 발주한 200억원 규모의 '국가일자리정보 플랫폼 기반 및 일자리포털 구축사업' 입찰 과정에서 사업담당 직원이 특정업체 대표와 유착해 입찰 결과에 영향을 줬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일자리포털 구축사업은 빅데이터를 분석한 뒤 정부 워크넷을 고용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포털'로 확대하는 사업이다. 예산 208억원이 투입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26일 울산 중구 안전보건공단 본사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 이재흥 고용정보원장에게 "고용정보원이 208억원 일자리포털 구축사업을 자체 발주하면서 사업담당자가 직무관련자와 골프를 치러 간 사실이 투서를 통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고용정보원 원장실과 청렴감사실로 일자리포털 구축사업을 담당하는 직원과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들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익명의 투서가 도착했다. 제보자는 지난달 29일 인천 영종도 골프장에서 고용정보원 직원 A씨가 두 명의 남성과 골프를 치는 동영상을 첨부해 보냈다.

A씨와 함께 골프를 친 B씨는 일자리포털 구축사업 입찰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3개 업체 중 한 곳인 H업체 대표다. 의원실 확인 결과 H업체는 2009년부터 올해까지 고용정보원과 34개 사업계약을 맺었다. 수주금액만 177억원이다. 이들이 골프를 친 날은 입찰 결과가 나오기 전이었는데, H업체 컨소시엄은 이달 16일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제보를 받은 고용정보원은 자체 조사에서 A씨가 근무시간에 B씨와 골프를 친 사실을 확인하고 A씨를 직위해제했다. 22일에는 청주지검 충주지청에 "특정사업 계약 체결과 관련해 직원과 관계업체의 유착·부패 의혹이 제기됐다"며 사실관계를 밝혀 달라는 진정을 냈다. A씨는 "골프를 친 건 사실이지만 골프비는 각자 계산했다"며 유착관계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국감에서는 A씨가 출장을 내고 골프를 치러 간 사실도 드러났다. 임이자 의원은 "A씨가 출장비까지 받으면서 낙찰되기도 전에 직무관련자와 함께 골프를 치러 가는 대담성을 보여 줬다면 주변에서 몰랐을 리 없다"며 "고용정보원 직원들의 기강을 확인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정보원 관계자는 "(A씨가 골프를 친 날은) 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마무리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영향력을 끼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검찰 수사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 당사자를 엄중 조치하고 계약절차 개선 인사시스템 혁신, 직원 청렴의식 제고 같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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