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호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실장

“나는 그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지난 50년 동안 가장 위대한 영화 1위로 꼽은 <대부>의 명대사 가운데 하나다.(2위는 <대부 2>) 영화 속 돈 코를레오네(말론 브란도)는 특유의 말투로 상대방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이야기한다.

지난 26일 한국노총은 대통령이 참여하는 노사정 8자 회의를 제안했다. 대통령 참여로 신뢰를 구축하고, 노사가 공감하는 쉬운 의제부터 합의해 신뢰를 확장하며 내후년 4월 전까지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준비를 해 나가자는 내용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놓여 있는 상황을 살펴봤을 때 이 제안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향한 여정에 딴지 놓기가 줄을 잇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선언은 곳곳에 암초가 보인다. 죽음과 맞닿아 있는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도 시급할뿐더러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나타나는 저임금과 임금체불 노동자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 밖에 수많은 노동의 문제와 노동을 넘어선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지 최고권력의 ‘의지’에 맡겨 풀기에는 지극히 구조적이다. 하기에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표현처럼 “촛불혁명이 만들어 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이 귀중한 시간과 기회들”을 살리기 위해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대통령은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세상’을 이야기했다. 한국경총 회장은 “누구나 고르게 잘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목표”를 말했다. 노동존중 사회 실현은 노동계의 오래된 목표이자 구호다.

하지만 저마다의 나침반으로는 한 방향으로 갈 수 없다. 각자의 시계로는 제 시간에 맞출 수가 없다. 그렇다면 한국노총이 제시한 나침반(노동존중 사회)과 시계(2019년 4월)를 논의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 방향과 시간에 동의하는지 여부 역시 만나서 이야기해 볼 일이다.

제안 이후 각계에서 서로 다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예상했던 반응이 예상대로 나오는 것만큼 김빠지는 것은 없다.

이번 제안에 대한 민주노총 논평과 보수언론 보도가 그러하다. 민주노총은 “적절하지 않으며 시기상조”라고 밝히고 있지만, 조금만 더 제안서를 꼼꼼히 읽어 본다면 결코 빠르지 않은 일정과 과정들이며 오히려 시의적절하다.

문제는 보수언론이다. 그들은 한국노총 제안에 대해 “도를 넘었다”고 얘기하고, “한술 더 뜬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른 쪽으로는 국가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우려한다.

2004년 5월31일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노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화와 상생의 협력 노사관계 구축방안’ 간담회를 주재하며 노사정 간 대화 복원을 위해 노사정위원회와 별개로 3개월 정도 노사정지도자회의 구성을 제안했다는 내용을 이들 보수언론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설마 이들 언론들이 대통령이 제안하면 괜찮고 노동계가 하면 안 된다는 그런 봉건적인 박근혜 시절 사고와 논조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니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과거 노동개악에 앞장섰던 그 논조를 버리지 않는 한 더 이상 노사정 대화에 대한 훈수는 미안하지만 그만했으면 한다.

한국노총이 가리키는 방향은 모든 이에게 정의롭고 공평한 빛을 비춰 줄 풍성한 보름달이다. 달은 보지 않으면서 가리킨 손가락이 누구의 것인지만 따지고 든다면 우리는 달구경은커녕 짙은 어둠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실장 (labornews@hanmail.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