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8.21 화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동시간단축 필요한 이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연간 2천69시간 일한다.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가장 길다. 실질임금은 15.7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의 64.6%에 불과하다. 임금은 낮고 노동시간은 최장이니 삶의 질은 바닥으로 향한다. 노동자들이 과로로 쓰러지고, 목숨을 끊는다. 과로 사회의 그늘이다. 노동시간단축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1천800시간대로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사회적 합의도 이미 오래전에 이뤄졌다. 망설이는 정치권을 향해 노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장시간 노동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

위성수 자동차노련 정책부장

장시간 노동, 심야 노동은 노동자의 생명을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도 “심야노동은 그 자체로 발암물질”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장시간 노동국가인 우리나라의 노동시간단축 노력은 너무나 더디다. 특히 근로기준법 제59조에 의한 특례업종에 속한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40%가 넘는 현실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더 많이’ 일하는 게 미덕이라고 봤던 경제성장기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 개인에게도 불행이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중교통인 버스운수업 노동자들의 장시간 운전은 피로·졸음운전으로 이어져 결국 대형 참사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개선해야 하는 정부와 국회의 모습은 무책임 그 자체다. 올해 7월28일 특례업종을 최대한 줄이고 노동시간 상한을 규제하겠다고 여·야가 합의했지만 각 당의 이해관계에 의해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민생법안이다. 잠시 감은 눈꺼풀을 올리지 못해 목숨을 잃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 국민의 명령이다.


충분히 쉬어 맑은 정신으로 공항 보안 책임지고 싶다
신용쾌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보안검색지회 정책국장

신용쾌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보안검색지회 정책국장

인천국제공항에서 14년 동안 보안·검색 업무를 했다. 주간·야간·비번 3조2교대 근무를 한다. 주간은 오전 8시30분에서 오후 6시30분까지, 야간은 오후 6시30분부터 이튿날 오전 8시30분까지다. 세 시간을 근무하면 한 시간 휴식시간이 주어지지만 쉴 장소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겨우 30분 정도 쉴 수 있다. 비번일 때는 오전에 퇴근해서 일단 잠을 자고 다음날 주간 출근을 준비해야 한다. 실질적인 휴일이 없는 것이다.

공항 출입 통제와 보안·검색, 순찰이 우리의 주된 업무다. 매 순간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야간근무 때는 집중력이 흐트러져 엑스레이 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까 늘 걱정이다. 같은 업무를 하는 공사 소속 정규직 직원은 주간·야간·비번·휴일 4조2교대 근무를 한다. 우리도 4조2교대를 요구했지만 협력업체에서는 1인당 월급을 40만~50만원은 깎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가져다 놓는다고 해도 보안은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더군다나 인천공항은 1년에 순이익을 1조원이나 내는 사업장이다. 24시간 운영하는 공항의 특수성이 있더라도 인력을 충원하면 야간 근무시간을 줄일 수 있다. 충분히 쉴 시간을 보장받아 맑은 정신으로 공항의 보안을 책임지고 싶다.


주 40시간 도입 13년 여전히 장시간 노동 만연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2004년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13년이 지난 2017년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보건의료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주 48시간 이상의 근무가 이뤄지고 있고 하루에 2~3시간씩 무료노동을 한다. 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병원 주간근무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9.8시간이다. 밤 근무자는 10.9시간으로 1시간 더 길다. 노동조건은 어떨까. 식사시간까지 합쳐 쉬는 시간이 하루에 40분이 채 되지 않는다. 노동강도는 높고 근무시간은 길다. 그렇다고 적절한 휴식을 취할 여유도 없다. 2015년 노조 조사에서 33.6%의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의료사고 발생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이직률은 당연히 높을 수밖에 없다. 환자들에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인력의 노동조건이 개선돼야 한다. 인력확충을 통해 보건의료 인력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면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하고 높은 이직률도 해결할 수 있다. 숙련된 인력이 의료현장을 떠나지 않아야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과당경쟁 중단, 인력확충이 답이다
한창규 금융노조 전략기획본부장

한창규 금융노조 전략기획본부장

장시간 초과노동은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2007년 야간작업을 살충제 성분인 DDT와 같은 ‘2급 발암물질’로 선정했다. OECD 1·2위를 다투는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있는 한국 노동자들은 다른 나라 노동자보다 더 위험한 일상을 살아 내고 있는 셈이다.

금융노동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노조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은행원들은 평균 주 56시간 일하며 바쁠 때는 하루 12.6시간, 주 60.3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출범한 과당경쟁 근절 TFT 조사에서도 은행원의 54%가 하루 2시간 이상의 초과노동을 하고 있고 3시간 이상 초과노동을 하는 비율도 23%나 됐다. 많게는 100개에 달하는 핵심성과지표(KPI)와 연중 상시로 진행되는 캠페인·프로모션에 시달린 결과다.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의 핵심은 경쟁을 멈추고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다. 과도한 할당량을 채우도록 강요하는 과당경쟁은 불완전판매를 초래함으로써 노동자뿐 아니라 금융소비자에게도 피해를 끼친다. 상시적인 인력 부족을 외면하는 것은 기업의 지속성을 위해 노동자 개인의 신체와 정신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다. 청년고용 확대를 위해서라도 전 사회적인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


개인사업자로 내몰린 택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에 신음
김진일 택배연대노조 정책국장

김진일 택배연대노조 정책국장

74시간. 택배 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다. 주 5일제로 하루 8시간씩 근무하는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34시간, 그러니까 4일 정도 더 일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과도한 노동으로 과로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우체국 집배원의 주당 평균노동시간이 55.9시간이니, 택배노동자는 매순간 생명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녁 8시17분. 택배노동자 평균 퇴근 시간이다. 대부분 아침 7시에 출근하니 하루 13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이 긴 시간 동안 택배노동자는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쉼 없이 일하고 있다. 이처럼 택배노동자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이유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택배회사는 택배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내몰고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주 40시간 노동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점을 악용해 장시간 부려 먹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택배노동자는 오늘도 장시간 노동으로 신음하고 있다. 정부가 택배노동자 장시간 노동 근절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한다. 또한 지금 당장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택배노동자 스스로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지금 당장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발급해 주길 바란다.

편집부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집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