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보험·증권·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사업장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5배 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보험설계사처럼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이었다. 금융권에 좋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이들에게 노조를 만들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시적인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만들고, 구조조정 때는 경영자에게도 책임을 물리는 제도개선안이 장기 과제로 제시됐다.

사무금융노조가 20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금융산업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용진·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매일노동뉴스>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경영실패 책임 왜 말단 직원이 지나"

김영근 노조 공공금융업종본부장은 토론회에서 노조 산하 80여개 사업장을 대상을 진행한 비정규직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5월30일부터 6월9일까지 진행됐다.

조사 결과 48개 사업장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은 정규직·기간제를 포함한 직접고용한 직원의 2배(188.7%)에 육박했다. 생명보험은 5배(519.4%), 저축은행·카드사(291.4%)와 손해보험(274.6%)은 3배에 달했다. 노조는 간접고용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비정규직 규모를 추산할 때 직접고용 기간제를 제외하고 보험설계사·카드모집인·외부 콜센터 노동자만 합쳤다. 특수고용직으로 한정하면 생명보험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은 485.5%, 손해보험은 188.6%, 저축은행·카드사는 186.9%로 집계됐다.

김영근 본부장은 “특수고용 노동자 중 보험설계사가 80%, 카드·대출모집인과 채권추심직이 나머지 20%”라며 “노조에 속한 보험사와 여수신업종에서 특수고용 노동자 비중이 높게 나타난 만큼 이들의 조합원 지위를 확보하고 처우개선하는 방안이 긴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금융산업에서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기 위해 △상시적 노사협의체 구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폐지 △구조조정 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 △노동이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노사정협의체가 상시적으로 가동된다면 사용자단체협의체도 자연스럽게 구성돼 산별교섭이나 산업별협약을 통해 고용 양극화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조조정을 야기하는 경영실책에 대한 책임을 말단 직원이 아닌 경영진에게 물리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사용사유 제한은 가능, 파견법 폐지는 어려워"

정부는 파견법 폐지는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렵다고 밝혔다. 장신철 일자리위원회 부단장은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대단한 통제’를 준비하고 있지만 파견법 자체를 폐지하자는 노동계 요구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계가 세계적인 추세를 앞세워 파견법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파견 허용업종 조정 같은 노사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창국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은 “금융공공기관의 경우 전산관리 등 민간의 전문성 활용이 요구되는 용역 비중이 높은데 구체적인 전환규모는 고용노동부의 검증을 거쳐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경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사무금융노조가 고용 창출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산별교섭을 사측에 제안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조정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몇 년간 공공부문 노조들이 최우선 정규직 전환 업무로 ‘생명안전 업무’를 제시한 바 있는데, 금융산업이 국민의 금융자산 보호기관이라는 점이 강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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