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돌입할 경우 금융노동자들조차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힘에 놀라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파괴력있는 파업일수록 승리의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파업은 강력하다. 따라서 승리는 가까이 와 있다. 그러나 지도부는 구속될 것이다. 7월1일 구속결단식 이후 구속은 각오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250여명의 간부들도 마찬가지다.

금융산업노조의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나라 안이 온통 벌집을 쑤셔 놓은 형국이다. 파국을 피하기 위한 노정간의 막판 대화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총파업과 관련, 수많은 견해와 분석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투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금융노조 이용득 위원장(47세·사진)을 만났다.

*"정부태도 안 바뀌면 파업돌입 할 것"

- 노정간 공식대화가 진행 중인데, 대화가 진전을 보일 경우 총파업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는가?

= 정부의 판단에 달렸다. 파업에 돌입하는 그 순간까지 정부의 태도변화를 기다릴 것이다. 관치금융을 인정하고 특별법 제정과 지금까지의 금융정책기조를 변화하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총파업은 불변이다.

- 노정간 공식대화가 시작된 지난 7일을 전후하여 정부의 태도 등 상황에 변화가 있다고 보는가?

= 증거를 남기지 않는 (정부의) 지시에 의해 은행이 멍들었고 국민경제가 좀먹어 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관치금융은 국민의 정부에서 있지도 않았고 있을 수도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따라서 7일 대화는 진전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 노조의 요구사항들 중 7일과 비교해 9일 대화에서 변화되는 것이 있는가?

= 9일 대화는 7일 노조가 요구한 것에 대해 정부가 답을 갖고 나오는 자리가 돼야 한다. 파국이냐 대타협이냐의 갈림길에서 판단은 정부가 해야 한다.

- 노조의 핵심요구가 관치금융청산 특별법 등 정책관련 사항인 반면, 정부는 인력감축 최소화 또는 인력조정에 따른 대책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측의 시각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과연 정부에서 어느 정도의 안이 제시돼야 파업을 피할 수 있다고 보는가?

= 관치금융을 부인하고 있는 정부는 한편으로 인력조정에 대한 모종의 '카드'가 있는 것처럼 언론에 흘리고 있다. 이는 노조의 정책 요구사항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고도의 테크닉이다. 과연 정부가 협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 파업수위 얕보다간 크게 후회하게 될 것"

노사양측의 주장 사이에는 아직 멀고도 험한 거리감이 가로놓여 있다는 얘기다. 노-정간 대화에서 서로의 시각차가 얼마나 현저한지 직접 목격했기 때문인지, 노조는 대화에 별 기대를 걸고 있지 않은 모습이다. 실제로 노조에서는 총파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총파업을 앞두고 각 지부들간의 투쟁수위가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신한, 하나 등이 파업에 불참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들의 파업 수위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파업이 다가오면서 정부와 사측의 회유와 협박, 탄압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산하 조직 중 일부가 흔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다수 조직과 조합원들의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수협지부의 경우, 위원장이 조합원의 생존권 보다는 자신의 안위만을 좇아 파업을 철회하자 조합원 스스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파업에 참여하겠다고 나설 정도다. 이게 현장의 정서다. 따로 대책이 필요없는 상황이다. 또한 한국노총 총파업과 함께 민주노총 동지들이 연대투쟁 의사를 밝혀오고 있어, 금융노조의 투쟁이 전 노동계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은행들이 비정규직, 퇴직자등을 동원해 '파업충격'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노조는 어떻게 대을을 할 계획인가?

=일부 은행에서 정상영업이 가능하다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금감위 내 파업대책상황실에서 각 은행에 대책을 종용하고 있고, 은행들이 사실과 관계없이 금감위 보고용으로 탁상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은행퇴직자들은 누구보다도 관치금융의 폐해와 정부정책의 잘못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노조에서 모니터해본 결과 최직자들은 파업대체근로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들은 파업 지도부의 지시에 따르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분명히 경고하건대, 금융노동자의 파업파괴력에 대해 정부가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크게 후회할 것이다.

*공권력 투입하면 정권은 퇴진도 각오해야

과거 상업은행에서 노조운동을 발을 디딘 이후 20년 동안 노동운동의 길을 이용득 위원장은 지난 96, 97년 노동법 개악저지 총파업 당시 상황실장을 맡은 바 있다. 그래서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파업에 돌입할 경우, 정부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모를리 없다.

- 총파업에 들어가면 주동자에 대한 사법처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 파업에 돌입할 경우 금융노동자들조차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힘에 놀라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파괴력있는 파업일수록 승리의 가능성이 높다. 우리의 파업은 강력하다. 따라서 승리는 가까이 와 있다. 그러나 지도부는 구속될 것이다. 7월1일 구속결단식 이후 구속은 각오하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250여명의 간부들도 마찬가지다.

-공권력이 투입되면, 그 이후의 투쟁은 어떻게 전개할 계획인가?

=공권력 투입은 정부의 자유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현 정권은 퇴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전체 노동계의 총력투쟁이 조직될 것이고, 금융노동자들은 2차 총파업에 나설 것이다.

*"저는 조합원을 믿습니다"

관치금융 청산을 위한 애국적 투쟁이냐 집단 이기주의냐 하는 세간의 엇갈린 시각 속에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용득 위원장. 큰 투쟁을 앞두고 있는 그의 솔직한 심경을 물어봤다. 위원장은 이에 대한 대답 대신 '현장의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어젯 밤 바깥공기를 쐬기 위해 건물 밖에 서 있는 데, 노조에서 지급한 투쟁복을 입고 지나가던 노조원 세 명과 마주쳤습니다. 그들이 저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하더군요. '꼭 총파업을 해야한다'고 말입니다. 제가 '반드시 총파업 합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사식을 저희들이 책임지겠습니다'라구요. 우리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장의 정서입니다. 저는 조합원들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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