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과 반올림 회원들이 31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직업병 문제 해결과 노동조합 인정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를 계기로 삼성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이 범죄자 이재용과 작별하고 진짜 쇄신하기를 바란다”며 하청 노동자의 저임금 문제 해결,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 노조할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반올림·삼성노동인권지킴이 등은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라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삼성전자서비스 하청 노동자의 저임금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의 올해 기본급은 138만원”이라며 “세계 최고 서비스 제공을 자랑하는 삼성그룹이 그동안 어떻게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해 부를 쌓아 왔는지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라고 비판했다. 라 지회장은 “바지사장인 협력업체와 교섭해서는 처우개선이 어렵다”며 “실질적인 임금 결정권이 있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나와서 교섭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삼성전자에서 노동자들이 직업병으로 수도 없이 죽어 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씨는 “삼성전자 총수와 하수인들은 노동자들이 화학물질에 의해 암에 걸려 죽는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절대로 이 사실을 노동자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이들을 모두 살인죄로 구속시켜야 처벌이 두려워서라도 다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섭 사회진보연대 사무처장은 “삼성은 700일 가까이 농성을 이어 가고 있는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피해자들의 요구대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더 이상 삼성으로 인해 백혈병·희귀질환·메탄올 중독에 걸려 생명을 잃고 건강을 해치는 노동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삼성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사회적인 감시와 통제를 가해야 한다”며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고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3·5 법칙 저지' 퍼포먼스를 했다. 3·5 법칙이란 재벌 총수들이 법정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으로 실형을 면하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이들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부회장이 2심에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으로 석방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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