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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존중 사회? 국제노동기준부터 지키자 ③] 서울시 '노동존중 도시 모델' 전국으로 확산 중‘노동존중 특별시’ 선언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선도 …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도 주목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노동존중 특별시 2단계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

 

정부도 노동계도 “노동존중 사회”를 외친다. 수십 년간 적폐가 쌓인 한국 사회.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려면 손봐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툭하면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는 한국 사회에서 노동만큼 국제기준과 거리가 먼 분야도 드물다. 실제 한국 노동지표는 국제노동기준을 한참 밑돈다. 노동존중 사회로 가려면 국제노동기준부터 지켜야 한다. <매일노동뉴스>가 네 차례에 걸쳐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1. 노동기본권 국제노동기준
2. 좋은 일자리 국제노동기준
3. 노동존중 사회는 노동존중 도시로부터
4. 노동전문가 릴레이 인터뷰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존중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취임 첫 행보로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노동존중 사회 실현 공약이 지난 23일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 위촉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공약에서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 앞서 좋은 일자리와 노동존중 사회에 관심을 보인 곳이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일찌감치 이에 대한 실험이 이뤄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노동존중 특별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노동존중 도시 만들기에 힘을 쏟았다.

노동정책 기본계획과 노동존중 도시 비전

박 시장이 ‘노동존중 특별시’를 처음 꺼내 든 것은 2015년 4월이다. 당시 그는 ‘노동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정책비전으로 ‘노동존중 특별시 서울’을 제시했다. 노동정책 기본계획은 서울시 근로자 권리보호 증진을 위한 조례에 근거한 것이다.

박 시장은 노동정책 기본계획에서 2대 정책목표·4대 정책목표·16대 정책 분야·61개 단위과제를 밝혔다. 2019년까지 5개년 계획이다. 2대 정책목표는 근로자 권익보호와 모범적 사용자 역할 정립이다. 4대 정책목표는 △취약근로자 권익보호 △노동기본권 보장기반 구축 △고용의 질 개선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 구축이다.

서울시는 4대 정책목표에 따라 ‘취약근로자 권익보호’를 위해 감정노동자 인권보호와 향상, 아르바이트 청년 권리보호, 이동근로자 24시간 쉼터 조성, 영세사업 근로자 사회보험 가입률 제고를 포함한 20개 과제를 설정했다. ‘노동기본권 보장기반 구축’에서는 취약근로자 근로실태 조사·분석, 노동인식 개선교육, 서울시 시민명예노동옴부즈맨, (가칭)서울노동권리장전 제작 등 14개 과제를 담았다.

‘고용의 질 개선’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생활임금제, 노동시간단축 모델 시범도입, 직장내 괴롭힘 예방대책 마련, 다산콜센터 상담사 근무환경·처우개선을 비롯한 16개 과제를 선정했다. 마지막으로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노사민정협의회 운영 활성화와 서울시 노사정모델협의회 운영, 서울노동권익센터 운영 등 11개 과제를 목표로 삼았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선도 "9천98명 정규직 전환"

아직 현재 진행형이지만 서울시는 이 중 상당수를 실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박 시장 당선 이후인 2012년부터 2015년 4월까지 5천62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2017년까지 1천697명을 추가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재는 어떨까. 서울시는 지난달 발표한 ‘노동존중 특별시 2단계 발전계획’을 통해 "9천9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본청과 투자·출연기관에서 청소·경비 등 상시·지속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이 대상이다.

서울시는 여기에 더해 11개 투자·출연기관에서 근무하는 무기계약직 2천442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무기계약직은 고용이 안정된 반면 정규직과 차별되는 임금·승진체계와 각종 복리후생 배제에 노출돼 있다. 정부 기준과 달리 무기계약직을 사실상 비정규직으로 보고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의미다.

서울시가 이런 결정을 한 배경에는 지난해 구의역 사고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는 스크린도어 보수·전동차 검수지원을 포함한 안전업무 종사자를 외주업체 소속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한 바 있다. 이번에 무기계약직을 기존 정원과 합치는 정원 통합 방식을 채택한 이유다.

서울시는 비정규직 채용 3대 원칙을 세웠다. 단기성·예외성·최소성이다. 단기적으로 필요한 인력이나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전문인력만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되 최소한으로 채용한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통해 입구부터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시는 2015년 생활임금을 도입했다. 3년째에 접어드는 올해 서울시 생활임금은 8천197원이다. 올해 최저임금(6천470원)보다 1천727원(26.7%) 많다. 내년에는 9천원대로 인상하고 2019년에는 1만원대 진입을 추진한다. 생활임금 적용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2015년 서울시와 투자·출연기관을 시작으로 지난해 민간위탁기관, 올해 투자기관 자회사·뉴딜일자리로 적용범위를 넓혔다.

노동시간단축 모델·취약근로자 보호 '차근차근'

2015년 노동시간단축 모델 시범도입을 약속한 서울시는 내년부터 19개 투자·출연기관에 ‘서울형 노동시간단축 모델’을 전면 도입한다. 지난해 서울신용보증재단과 서울의료원을 시범기관으로 선정해 초과근로 감축·연차휴가 소진·교대시간 단축을 통해 노동시간을 줄이고 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주 40시간, 연간 1천800시간 준수를 대원칙으로 노동자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 700개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노사공동 노동시간 줄이기 캠페인과 기관별 실태조사를 거쳐 내년에 1천800시간 위원회(가칭)를 만든다.

노동존중 기본계획에서 공언한 ‘취약근로자 권익보호’ 조치도 차근차근 이뤄 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감정노동자 종사자의 권리보호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감정노동 종사자 종합지원계획’을 발표했다. 같은해 3월부터 서울노동권익센터에 감정노동권리보호센터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내년에 독립센터로 격상한다.

서울시가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던 120다산콜센터는 올해 5월 서울시 산하 출연기관인 120다산콜재단으로 전환했다. 센터에서 일하던 상담사 410명이 정규직으로 승계됐다. 대리기사(2곳)·퀵서비스기사(1곳)·이동여성노동자(15곳)를 위한 쉼터는 18곳에 마련됐다. 돌봄·경비·청소노동자를 비롯한 취약노동자 보호체계도 만들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2015년 공무원과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교육을 강조했는데, 올해 7월 현재 6만3천777명이 노동교육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1만3천229명에 비해 4.8배 급증했다.

근로감독 기능 보완하는 노동조사관 도입 예고
근로자이사제·서울협약으로 협력적 노사관계 기틀 마련

서울시가 2단계 발전계획에서 새롭게 약속한 것도 있다. 예컨대 지방자치단체는 근로감독 권한이 없다. 지자체 차원에서 취약노동자 보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기능을 보완하는 ‘노동조사관’을 신설한다. 서울시는 “근로감독관 규모에 비해 사업장이 너무 많아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신고를 접수하는 형편”이라며 “노동조사관을 신설해 서울시 민간위탁기관을 포함해 소규모 사업장에서 노동권 침해신고가 들어오면 자체 조사를 통해 시정을 권고하고 필요하면 중앙정부에 넘기는 등 근로감독 기능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특히 전국 최초로 근로자이사제(노동이사제)를 도입해 협력적 노사관계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해 9월 근로자이사제 조례를 제정하고 올해 1월 서울연구원에 1호 근로자이사를 선임했다. 현재 7개 투자·출연기관에 근로자이사제 도입이 완료됐다. 연내에 16개 투자·출연기관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2015년 12월에는 서울시와 19개 투자·출연기관 노사가 앞으로 5년간 9천801개의 일자리 창출을 골자로 하는 노사정 서울협약을 체결했다. 서울특별시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가 산파 역할을 했다. 1년 뒤인 지난해 12월 서울협약 결과를 확인해 보니 △4천273명 신규채용(목표 대비 110%) △정규직 정원 대비 7.2% 청년고용 △안전·생명사업 682명 직접고용 △상시·지속업무 990명 정규직화를 이뤘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지자체 최초로 노동행정체계·노동정책 실현
광주·경기·성남 등 지자체로 서울시 모델 확산

서울시가 노동존중 특별시로서 가장 주목한 대목은 노동행정체계 정립이다. 서울시는 2012년 9월 노동전담조직인 노동정책과를 신설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한시기구인 일자리노동국을 거쳐 같은해 8월 정규기구인 일자리노동정책관을 출범시켰다. 일자리정책담당관·노동정책담당관·사회적경제담당관실에 7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서울시는 노동행정체계 추진근거 마련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거버넌스를 구축했다. 2014년 3월 근로자 권리보호 증진을 위한 조례, 2015년 12월 생활임금 조례, 지난해 11월 감정노동 종사자의 권리보호 등에 관한 조례를 만들었다. 이를 근거로 근로자권익보호위원회·생활임금위원회·감정노동자권리보호위원회를 꾸렸다. 2015년 10월 서울특별시 일자리정책 기본조례 제정에 따른 일자리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노동권익보호 컨트롤타워로 2015년 서울노동권익센터를 설립했다. 성북구·노원구를 포함한 5개 자치구에는 노동복지센터를 세웠다.

서울시가 지난 5년간 추진한 모든 노동정책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진행한 것이다. 지금은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실제 서울시 청소노동자 정규직화는 올해 1월 국회 청소노동자 정규직화로 이어졌다. 서울시 생활임금은 강원도를 비롯한 10개 광역단체로 퍼졌다. 서울시 근로자이사제는 성남시가 올해 1월 근로자이사회 도입으로 화답했다. 서울시 노동정책 기본계획은 지난해 6월 광주시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으로 이어졌다.

현재 노동전담조직을 두고 있는 지자체는 7곳이다. 국 단위를 갖춘 곳은 서울시가 유일했는데, 최근 들어 경기도가 일자리노동정책관을 신설했다. 광역단체로는 광주시 사회통합추진단과 충청남도 일자리노동정책과, 기초단체로는 성남시 고용노동과가 있다. 안산·아산시는 팀 단위로 노동전담조직을 구성한 상태다.

서울시 노동존중 도시 모델, 중앙정부 벤치마킹
‘조례-기본계획-행정조직-실행조직’ 패키지로 뒷받침해야

서울시 노동존중 도시 모델이 지자체로만 확산하는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상당수가 서울시 노동정책과 닮은꼴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뒤 정규직화를 논의 중인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사는 서울시 사례를 살피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 공약은 이미 서울시에서는 이행 중인 노동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한 공약을 발표하면서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 수립을 비롯해 1천800시간대 노동시간 실현, 알바존중법,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노조가입률·단체협약 적용률 제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감정노동자보호법 제정을 강조했다.

서울시가 만든 '노동존중 도시'를 기반으로 '노동존중 사회'로 나아갈 흔치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고 볼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은 “노동존중 특별시 종합정책을 통해 우리 사회와 시민들의 삶 곳곳에 존재하는 각종 불합리한 요소를 제거하고자 한다”며 “중앙정부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전국으로 확산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다음달 5~6일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을 개최한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과 국제기구·주요 도시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는다. 서울시 노동존중 도시 모델이 국제적으로 주목받을 기회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서울시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조례-기본계획-행정조직-실행조직’ 네 요소가 패키지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기본으로 해야만 공무원도 사업평가를 받기 때문에 정책 생산과 사업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서울시 모델이 전국으로 확산하려면 근로감독 권한의 일부라도 지자체에 이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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