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면 고용노동부는 어떻게 처리할까. 과거에는 설립신고서를 반려할 가능성이 100%였다. “근로자 아닌 이들이 노조에 가입해 있다”는 이유였다. 적어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이런 기조를 유지했다.

문재인 정부는 어떨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대리운전노조가 이달 말 고용노동부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은 ‘특수고용직 노조’이며, 그간 법외노조로 활동했다. 두 노조의 설립신고서 제출로 문재인 정부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특수고용직에게도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외형상 자영업자이지만 노무 수요자에게 실질적으로 종속된 이들을 말한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특정한 사용자의 사업에 편입돼 노무를 제공하는 이들이다. 특수고용직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시장에 등장해 확산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과 서비스산업 발달로 스마트기기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요자와 공급자를 직접 연결하는 특수고용직도 나타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특수고용직을 9개 직종 48만4천명으로 추산했다. 반면 고용노동부·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특수고용직 규모는 40개 직종 110만명에서 220만명 사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처해 있다. 고용계약 또는 도급계약상 자영업자 지위를 빌미로 노동권은 물론 사회보험 혜택에서 제외됐다. 이를 개선하고자 참여정부는 2006년 비정규직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특수고용직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 부여와 노조 3권 보장이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제도개선은 향후 과제로 미뤄졌다. 그 후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일부 특수고용 직종에 산재보험 임의가입을 허용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박근혜 정부는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임의가입 방식을 개선하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실패했다. 두 정부는 핵심 사안인 노동자성 인정과 노동 3권 보장을 비껴가려 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조합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두 정부는 특수고용직 노조를 인정하지 않거나 활동을 제약했다.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은 2009년 레미콘·덤프트럭 차주 등이 가입한 건설노조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근로자가 아닌 이들의 가입을 허용한 규약을 개정하라”는 이유였다. 앞서 전국보험모집인노조는 2000년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가 반려당했다. 정부의 이런 행태로 말미암아 사용자들은 특수고용직 노조를 무력화하는 데 앞장섰다. 전국여성노조 소속 골프장캐디 조합원에 대한 제명 및 출장유보 사건(2007년), 학습지노조 조합원 계약해지 사건(2011년)이 줄줄이 이어졌다. 특수고용직이 노조를 결성하거나 가입하면 사용자들은 계약해지와 징계를 하면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수고용직 스스로 불이익에 집단적으로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특수고용직에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자. 헌법 33조에 따르면 모든 노동자는 노동 3권을 가진다. 특수고용 노동자라고 예외는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올해 6월 국회·정부에 특수고용직의 노동 3권을 보장하는 특별법 제정을 권고하지 않았던가. 국회는 법·제도 개선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국회 입법작업이 지연되는 가운데 노동부마저 이를 핑계로 특수고용직 문제를 방치하지 않았으면 한다. 적어도 특수고용직 노조가 설립신고서를 내면 종전 관행대로 무작정 반려하지 마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노조 설립과 관련해 신고제를 채택한 나라임에도 허가제로 운용하고 있다고 힐난받고 있다. 지긋지긋한 오명에서 벗어나자. 때마침 문재인 정부가 특수고용직의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법 개정 이전이라도 행정지침으로 노조 설립신고 요건을 완화해 특수고용직에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면 어떨까. 이참에 노동부가 융통성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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