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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의 제도화우지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우지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외환위기 이후 효율성만을 앞세운 신자유주의 정책은 광범위한 공공서비스 시장화와 민간위탁을 불러왔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철도·에너지·의료 등 많은 공공부문에서 기능 효율화와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미명하에 민영화가 다수 추진됐다. 그중 상당수는 법률 개정조차 이뤄지지 않은 우회 민영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효율성이라는 미명하에 훼손돼 온 공공성을 복원하는 작업일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통해 민간위탁을 3단계 직접고용 전환대상으로 포함하고, 향후 무분별한 민간위탁을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철도민영화를 원점으로 돌리는 철도공사와 SR 통합을 검토·추진하겠다고 했다. YTN 해직노동자들이 복직된다는 기쁜 소식도 들린다. 과거 정부에서 훼손돼 온 방송의 공정성을 위해, 공공부문에서 공공성을 위해 싸워 온 사람들을 그 현장으로 보내는 것이야말로 공공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이처럼 훼손된 공공성을 복원하는 과정은 여러 층위에서 이뤄질 테지만, 필자는 ‘제도화’에 주목하고 싶다. 과거의 반성으로부터 지금의 국민적 합의가 도출된 것이라면 이런 과정들이 헌법으로, 법률로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정책기조와 관료들의 성향에 따라 공공성이 언제든지 다시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정부가 들어오더라도 자의적으로 변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려면, 근본적인 원리가 지속적으로 구현될 수 있으려면 이런 해답을 국민적 합의로 승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나오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민영화 중단, 재공영화의 열망을 단순히 정책 변경이나 적폐 청산 차원에서 논의하고 실행하고 말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무엇을 담당해야 하는가라는 역사적·철학적 과제는 가장 중요하고 무거운 질문인 만큼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근간을 이루는 헌법과 법률에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철도·지하철·도로·전기·가스·수도·하수·하천·공항·항만·전기통신 등 국민 생활의 기본적 필요 충족과 생산경제 활동에 제공하는 사회기반시설이 갖는 국가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그 설치와 운영의 문제는 헌법적인 결단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헌법에는 이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헌법원리와 경제에 관한 헌법규정 해석을 통한 간접적인 해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 헌법 개정을 통해 규정돼야 할 것이다.

공공서비스는 국민의 권리다. 공적인 생존 배려 영역은 시장의 손에 맡겨져서는 안 되며 또한 수익성 기준에 따라 평가돼서도 안 된다. 사회기반시설의 사유화·사영화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운영에서 공공성 유지의무를 부과하며, 국민 기본권으로서 공공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하는 방향의 개헌과 입법을 해야 한다. 정부가 그 소유와 운영방식을 변경할 때에는 민주적인 공론화와 합의는 물론 최소한 국회 동의를 거치도록 하는 최소한의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제헌헌법은 87조·88조에 이미 유사한 규정을 뒀다.

“8중요한 운수·통신·금융·보험·전기·수리·수도·가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 공공필요에 의해 사영을 특허하거나 또는 그 특허를 취소함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행한다.”(87조)

“국방상 또는 국민생활상 긴절한 필요에 의해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또는 그 경영을 통제·관리함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행한다.”(88조)

헌법이 정하는 공공서비스는 민간에 매각해서는 안 되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하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제정 이유에서 "세월호 참사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웠던 우리 사회의 민낯을 직시하게 함. 이제는 이윤과 효율이 아니라 사람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를 지향하도록 국가 시스템을 바꿔야 할 때임. 공동체의 발전과 공공의 이익을 핵심 국가운영 원리의 하나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함"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그 연장선에서 지난해 이미 공공서비스기본법을 제안했다.

최근 각계각층과 시민사회에서 개헌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공공부문 기능과 역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공익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심도 깊게 다뤄지길 바라 마지않는다.

우지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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