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회장이 처음 한 일이 신생노조 탄압이네요."

강채원 대한노인회 중앙회 기획조정실장은 1일 출근하자마자 회사 인트라넷 접속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가 몸담았던 기획조정실도 없어졌다. 보직에서도 해임됐다. 이날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이다.

중부지역공공산업노조 대한노인회지부장인 강 실장은 '노조 때문에 당한 일'이라고 직감했다. 그는 "노조가 설립되자마자 노조 없애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대표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가 노조탄압 논란에 휩싸였다.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사단법인 대한노인회에 노조가 설립됐다. 중앙회에서 일하는 사무직 노동자가 주축이 됐다. 지난달 19일 서울 용산구청에 설립신고서를 내고 21일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1969년 대한노인회 출범 48년 만에 만들어진 첫 노조다.

지부에 따르면 이심 전 대한노인회장 재임 시절 행해진 부당한 임금체계 개편과 무원칙한 인사에 직원들의 불만이 쌓였고, 이는 노조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직원들의 동의를 받지도 않고 호봉제를 성과연봉제로 바꿨다. 1년에 100%씩 주는 성과급은 이 전 회장 마음대로 50~170%까지 임의로 지급됐다. 납득할 만한 평가기준 없이 회장 입맛에 맞는 직원에겐 170%를,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에게는 50%로 삭감해 성과급을 차등해서 지급했다는 게 지부 주장이다.

이 전 회장의 전횡은 지난달 10일 자진사퇴로 막을 내렸다. 그는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를 위해 모임을 열고 참석자들의 식비를 대납한 혐의로 기소돼 올해 5월 벌금형을 받았다.

직원들은 '새로운 회장이 오면 대화로 노사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노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기대는 곧 무너졌다. 지난달 28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7대 회장에 취임해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노조탄압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대한노인회는 이 회장 취임 직후인 지난달 31일 용산구청에 공문을 보내 "조합원 중 노조 가입 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며 행정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같은날 이사회를 열어 지부장이 있는 기획조정실을 없애 버렸다. 강채원 지부장은 "순수한 조직개편이라면 새로운 보직을 주든지 해야 할 텐데, 인트라넷 접속을 막고 업무도 주지 않으면서 방치하고 있다"며 "노조 죽이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대한노인회가 부서장들을 시켜 조합원들에게 노조탈퇴를 회유하고, 노조 설립을 주동한 인물이 누군지 색출하려고 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실제 일부 부서장이 노조간부에게 부정적 언사를 한 녹취록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부는 이날 오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부당노동행위 진정서를 냈다. 2일 오후에는 용산구 대한노인회 중앙회 사옥에서 지부 설립대회를 한다.

한편 <매일노동뉴스>는 대한노인회 입장을 듣기 위해 강아무개 행정부총장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하고 회신을 요청하는 문자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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