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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버스 운전기사는 깜빡 정신을 잃었을까

온통 ‘뒷북’이다. 지난 6일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 휴게소 부근에서 일어난 광역버스 7중 추돌사고 후 정부기관의 모습이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니 그 행보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대대적인 현장 실태조사에 나섰다. 경찰청은 9월20일까지 수사·교통인력 1천700명을 투입해 두 달 동안 교통사고 원인행위 집중단속을 한다. 고용노동부도 광역버스 등 107곳의 버스업체에 근로감독을 들어갔다. 광역버스다 보니 광역자치단체 대부분도 버스업체 안전점검에 나섰다. 이쯤 되면 버스와 관련된 모든 정부기관이 팔을 걷어붙인 셈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대형사고여서 그런 걸까.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는 버스·화물차에 차로 이탈경고장치(LEDS) 장착을 의무화하는 교통안전법 시행령·시행규칙이 상정돼 통과됐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전방추돌경고장치(AEBS) 의무화가 제안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예산이 들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일이라면 하는 방향으로 추진하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새 정부의 가치를 강조하자 그제서야 정부기관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사고 처리도 속도전이다. 추돌사고를 낸 혐의로 버스기사는 21일 구속됐고, 해당 버스업체 대표도 26일 경찰에 출석했다.

대형사고 후 정부가 발 바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런 어이없는 인재가 재발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교통사고 참사는 지난해 7월 봉평터널 관광버스 사고와 닮았다. 당시 사고로 4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원인은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이었다. 이후 정부는 점검하고 단속했지만 유사한 참사는 되풀이됐다. 그때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대형버스에 첨단 안전장치를 장착하는 것이다. 차로 이탈경고장치·전방추돌경고장치 등은 신규차량만 장착할 수 있는 데다 장착비용도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탓에 버스업체가 장착을 꺼린다.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버스업체가 소극적이선 곤란하다. 첨단 안전장치를 장착하는 일은 정부가 지원해서라도 서둘러야 한다. 물론 첨단 안전장치만 맹신할 수 없는 노릇이다. 졸음운전 차량은 도로 위 흉기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참사의 원인이다.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뒤따라야 한다.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에 대한 근무조건과 대우도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는 이것이 빠졌다.

경부고속도로 대형사고를 낸 운전기사 김모씨는 “하루에 대여섯 번 버스를 운행했고, 사고 전날 오전 5시에 출근해 오후 11시40분쯤 퇴근해 약 18시간40분을 근무했다”며 "사고 전 깜빡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살인적인 근무에 시달렸으니 졸음운전 사고는 예고됐던 셈이다. 지난 2월 개정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에 따르면 2시간 연속 운전할 경우 휴게소에서 15분, 4시간 이상 운전할 경우 30분 쉬도록 했다. 그런데 이 규정은 유명무실하다. 버스업체는 거의 지키지 않는다. 버스를 정차한 운전기사는 세차·주유·정비를 하기에도 바쁜 나머지 제대로 쉴 틈이 없다.

버스업체들이 운전기사의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버티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버스 운전기사와 같은 운수업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특례 조항 탓이다. 근로기준법 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에 따르면 운수업을 포함한 26개 업종은 노사가 서면합의할 경우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일반 노동자들이 4시간마다 30분, 8시간마다 1시간씩 받는 휴게시간 조항도 버스 노동자에겐 예외다. 특례가 적용되는 곳은 운수업 뿐만 아니라 병원·공항·방송·우정 등을 망라하고, 전체 노동자의 42%에 달한다고 한다.

사실 근로시간·휴게시간 예외를 허용한 근기법 59조와 버스기사에게 최소 휴게시간을 보장한 여객자동차법은 충돌한다. 버스업계가 종전 관행을 바꾸지 않은 이유다. 교통참사를 막으려면 첨단안전장치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때마침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근기법 59조를 삭제하거나 축소하는 8개의 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는 31일 이 법안들을 논의한다고 한다. 근기법 59조를 폐기하지 않는 한 버스업계의 고질적인 과로 근무관행은 바뀌지 않는다. ‘사람 잡는’ 근기법 59조는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일인 만큼 여야도 따로 없다. 이참에 국회는 뒷북만 치다 어물쩍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박성국 논설위원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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