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지난 20일 인천시 영종도에서 한국노총 희망센터 개소식이 있었다. 인천국제공항 내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과 노동조합 조직화를 위한 전초기지인 셈이다. 잠시 서 있기도 어려운 뜨겁고 무더운 날이었지만 한국노총 산하 지역본부와 산별연맹까지 적지 않은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한국노총이 앞장서겠다. 모든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만들겠다. 우리 주위의 누나·동생이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하자.” 김주영 위원장은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향한 한국노총의 결의와 연대의지를 밝혔다. 행사 말미에 한 조합원은 “이제서야 삶에 희망이 보인다”며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감격했다.

정규직 전환. 바야흐로 시대의 명제가 분명하다. 노동현장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상급단체나 조직 형태와 규모를 떠나 비정규 노동자들을 위한 조직화에 나섰다. “이런 환경이라면 87년과 같은 노동조합운동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87년을 겪었던 어느 노조간부가 내린 요즘 현장에 대한 평가다.

노동조합하기 좋은 시대를 맞았다. 노동조합 내에서 활동하는 필자의 감정은 묘하기 그지없다. 한편으로는 희망이,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한 불안감이 인다. 원인이 뭘까. 나름의 답은 앞서 본 것 같은 노동환경과 노동조합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과 노동조합의 존재가 미미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권교체라는 외부 환경의 변화가 노동조합하기 좋은 시절을 연 결정적인 원인임을 잘 안다. 정부가 모든 일에 있어 자신감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노동정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감 때문인지 정부 정책에는 여전히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잘 보이지 않는다(기우이길 바랄 뿐).

특히 고용노동부가 만들어 내는 정책 결과는 장관의 공석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 24일 세종시에서는 공공기관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위한 컨설팅팀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열었다. 전국적으로 노사관계 전문가를 자처하는 많은 이들이 대강당을 가득 메웠다. 정규직화 정책과 서울시와 광주시의 정규직 전환 사례 소개가 이어졌다. 노동부 담당관들의 명쾌한 설명과 정책 집행의 굳은 의지가 새삼 인상 깊었다. “서울시의 정책보다 낫습니다.” 서울시 주진우 서울연구원 초빙선임연구위원의 평가다. 두꺼운 설명자료에다 전문가의 평가니 토를 달 수는 없을 정도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인가. 정부가 말하는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지 않는가. 그랬다. 정부가 발표한 정책에는 ‘비정규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는 있었지만 “노동조합과 노동자”가 없었다. 이른바 인간다운 일자리에 노동조합은 그 무엇보다 필요한 조건이라는 사실은 우리 시대 문명사회가 모두 인정하고 있지 않는가.

나름의 결론은 위 워크숍 마무리에는 노동조합을 만드는 안내까지 있어야 했다는 것. 앞으로 더 보강할 때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원이 되는 것이 정규직 전환의 완성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기우일까. 짧은 기간에 일부의 사례를 보고 침소봉대하지 말라는 반론도 있다. 새겨들을 것이다. 그럼에도 걱정될 만한 사건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 출범부터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지원한 변호사들에 대한 공직 임용을 철회하라고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알다시피 답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보다 못한 지회는 지난주 검찰에 위 공직자들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었을까.

정부의 선의를 의심하지는 않는다. 일자리를 만드는 데 수고를 아까지 않는다는 사실도 안다. 그러나 일자리는 만드는 것보다 지키고 키워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노동현장의 역사가 잘 말해 준다. 그리고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언제나 그 역할을 해 왔다. 시작부터 유지·발전까지 노동자와 노동조합과 함께하라. “이제 시작입니다”라는 답을 듣고 싶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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