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의 적이 누구고 친구가 누군지 알고 있다. 우리가 친구임을 트럼프 행정부가 확인시켜 준 셈이다. 성주 주민들과 함께하겠다.”

리스 셔놀트(37·사진) 미국 전쟁반대노조협의회(US Labor Against the War) 집행위원장이 사드 배치 반대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미국 평화시민대표단 자격으로 지난 23일 입국한 셔놀트 집행위원장은 24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미국 전쟁반대노조협의회는 비군사적 외교 정책을 요구하는 노동계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이다. 미국 전역에서 참여한 150여개 노조, 조합원 150만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 이번 방한 목적은 무엇인가.

“한국 노동운동·반전평화운동과 연대하기 위해서다. 운동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연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미국 군사정책의 영향을 받는 국가의 노조·민중들과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접 만나서 대화하고 공통된 의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활동이 중요하다. 의제 가운데 하나가 사드다. 사드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들과 전쟁무기 생산을 통해 돈을 버는 세력들은 노동운동을 제약하려는 세력과 동일체다. 군산복합체는 우리의 공통된 적이다.”

- 전쟁반대노조협의회는 미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나.

“협의회는 2003년 조직돼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 왔다. 반전평화운동과 노동운동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를 거치며 활동이 축소되기도 했다. 노동계가 오바마 대통령 당선을 위해 대규모 후원금을 냈기 때문에 정부 정책 비판을 꺼렸다. 이 때문에 오바마의 외교정책을 비판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다 개별적 군사 전쟁 반대 활동보다 군산복합체 같은 시스템에 대한 비판으로 활동을 전환했다. 협의회는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관점을 채택했다. 정의로운 전환은 환경문제뿐만 아니라 군수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산업을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노조운동에 놓인 근본적 과제다.

- 반전평화운동에서 노동조합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우리는 일자리와 복지에 써야 할 예산을 군비에 쏟아붓는 것을 반대한다. 우리는 무기를 생산하는 군수산업에 기반한 경제를 원하지 않는다. 환경을 파괴하는 경제를 원하지 않는다. 동시에 노동자의 삶이 파괴되고 일자리가 불안정해지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 노동자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군산복합체에 속해 있는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다른 노조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

-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변화가 있었나.

“트럼프 행정부에 요구하는 것 자체가 별 의미 없다. 협상과 논의가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본다. 변화는 우리 내부에서 일어났다. 정부의 외교정책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조합원들이 변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관심을 가지는 조합원이 많아진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피해를 받는 다양한 산업 노동자들과도 대화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고 본다.”

- 방한 일정 동안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미국에서는 절박함에 따른 연대라는 말을 많이 쓴다. 서로 관심을 갖지 않던 다양한 영역의 운동 세력들이 회의 자리에서 그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길거리에서 함께 싸울 수밖에 없는 절박함으로 연대가 강화되는 상황을 말한다. 한국 노동운동과도 그런 차원의 연대를 하고 싶다. 노동운동 측면에서 앞으로 어떤 연대를 만들어 갈지 방안을 찾고 싶다. 노동운동뿐만 아니라 성주의 사드 배치 반대투쟁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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