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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문제를 생각함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14일 오전 9시께 경북 경주 보문단지 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 잠정중단을 결정했다. 전날 경주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려다 노동조합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자 이날 회의장소를 비밀리에 옮겨 안건을 의결한 것이다. 그러자 수구언론은 때를 만났다는 듯이 한수원과 문재인 정부에게 비판의 화살을 쏘아 대고 있다. <조선일보>는 15일자 1면 톱으로 이 사건을 다뤘다. 제목은 “600조 原電시장 스스로 걷어차는 한국”이었다. 부제는 이랬다.

“원전기술 99% 국산화하며 세계 최고 기술 경쟁력 갖췄지만 脫원전 정책에 수출 길 막히고, 업체들 생존 위기에 몰릴 판. 전문가 ‘국내서 불량식품 취급하면서 어떻게 해외에서 팔겠나’.”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중단시키고 공론화를 거쳐 탈핵정책 채택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므로 진짜 문제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문제가 아니고 탈핵 문제다. 그러므로 변죽만 울릴 것이 아니라 문제의 핵심을 의제에 올려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 문재인 정부는 탈핵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밀어붙일 태세다. 탈핵정책에 찬성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생각나는 점이 있다. 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 등의 의제에 대해서는 기다려 달라고 하면서 환경·생태 문제에 대해서는 이처럼 속전속결 식으로, 한상균 위원장이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말한 '칭기즈칸의 속도전'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인가. 이는 필히 문재인 정부의 계급적 한계 및 노선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노무현 정부 당시 호주제나 성매매 등 여성문제를 밀어붙이더니 이번에는 환경·생태문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그 반면 노동문제, 즉 노동과 자본의 대립에 관계된 문제는 뒤로 미루고 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가 사회운동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주로 신사회운동, 즉 이른바 시민운동과 가깝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성격은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김대중 정부가 민족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면서 노동과 자본의 문제에서 자본의 편을 들었던 것이 실패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면,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신사회운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노동과 자본의 문제에서 자본의 편을 든 것이었다. 두 민주정부는 모두 신자유주의 축적 패러다임을 긍정했던 것이다. 그 결과 두 민주정부는 노동자·민중의 지지를 잃었고, 김대중 정부는 간신히 노무현 정부로 계승됐지만 노무현 정부는 이명박 수구·보수 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주지 않을 수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명박·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두 민주정부에 대해 성찰하겠다고 말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핵심적인 지점을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확실하게 노동자 편에 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노동계급이 아니고 누가 민주정부를 확고하게 지지할 것인가. 재벌이나 부르주아 계급이?

이 지점은 지금 처음 이야기되는 것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당시 민주당 부총재였던 고 김근태 의원을 필자가 직접 만나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국가보안법과 3자 개입 금지법 위반으로 수배 상태에 있었지만 워낙 중요한 지점이라서 만나 비판했었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면서 어떻게 남북문제를 전향적으로 풀겠다는 것인가. 노동계급을 배제한 상태에서 도대체 누가 그 햇볕정책을 지지할 것인가 라고. 그때 고 김근태 부총재는 그것이 당론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유인태 정무수석을 보자고 해서 대화를 했지만 역시 대화가 되지 않았다. 두 정권을 실패하게 만든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 생각도 그렇다.

문재인 정부는 환경·생태 문제를 가지고 정권의 승부를 걸려고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노동문제를 가지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 비록 착한 자본주의 수준의 개혁이라도 노동계급을 비롯한 기층 민중의 삶의 조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독점재벌과 국가정보원 등을 축으로 하는 수구보수 세력과 사활을 걸고 대결해야 한다.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면서 입에 올려지는 촛불혁명은 공허한 빈말이고, 그런 빈말로는 유감스럽지만 지난 김대중·노무현 민주정부의 실패를 재연할 것이다.

또 하나.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안보위기에 대처하면서 곡예를 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가 그렇듯이 미국과 수구보수 세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려고 한다. 탈핵 문제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진정성을 공감하고 지지하지만 전략적으로 강력하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땅의 수구보수 세력이 한반도 평화를 원할 것인가, 자본의 지배를 원할 것인가. 자본의 지배가 위태롭다면 그들은 기꺼이 평화를 포기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의지하는 평화 추구는 자본의 항구적 지배를 전제로 한다. 이런 평화, 자본의 항구적 지배를 전제로 하는 평화는 노동계급이 지지하기 어렵다. 이처럼 미 제국주의를 비롯한 수구보수 지배세력의 동의에 의거하는 평화는 극히 불안정하다. 그러므로 한반도 전쟁위기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문재인 정부는 과거 민주정부들과는 달리 그 지배세력들이 아닌 노동자·민중에 의거해야만 한다. 비록 이룩하는 변화가 혁명적이지는 못하고 개혁적인 수준에 머물지라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은 섣부른 혁명 운운은 매우 위험하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이라도 노동계급과 동맹을 맺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후보자가 낙마한 고용노동부 장관에 확실한 친노동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 누가 보더라도 문재인 정부는, 비록 노동자 정부는 아닐지라도, 노동계급과 동맹한 친노동 정부임을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다. 친노동도 하고 친자본도 하면서 어중간하게 곡예하는 정부는 안보문제에서나 환경·생태 문제에서나 내외 독점자본의 공격을 받아 좌절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경종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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