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정부가 선언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제대로 열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와 예산편성 방식을 대폭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정규직의 고용을 안정시키는 것과 동시에 큰 폭의 처우개선이 뒤따라야 ‘중규직’ 논란을 피할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공운수노조·공공연맹·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1세미나실에서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 만들기 쟁점과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와 정규직화 해법모색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지난 정부의 임금피크제 도입 모델을 차용해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주면서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규직화 가점, 100점 만점에 1점도 안돼=정부는 공공기관에서부터 일자리 질을 높이기 위해 조만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그런데 발표를 앞두고 상당수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해고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서울의료원의 경우 정부 발표를 앞두고 이미 상당수 기간제 노동자들을 해고했고, 8~9월에도 20여명의 비정규직을 추가로 해고할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현상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비정규직 사용기한 적용제외 범위가 지나치게 방대하기 때문이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사업완료 기한이 정해진 경우는 물론 55세 이상 고령자, 근로소득이 상위 25%에 해당하는 노동자 등 기간제법 적용 예외조항이 18가지나 된다”며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검토할 때 기간제 예외규정을 대폭 축소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다 근본적인 해법은 공공기관의 경영을 평가할 때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 정도를 좀 더 크게 반영하는 것이다. 지금도 공기업 경영을 평가할 때 ‘비정규직의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 항목이 반영되긴 하지만 비중이 100점 만점에 0.11점에 불과하다. 김종진 연구위원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예산편성 기준을 세울 때 정규직화 가점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총액인건비와 기준인건비 관리 대상에 무기계약직을 제외하고, 예산 초과시 기관평가에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초기 제도정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 정부의 임금피크제 도입 방식을 차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실적이 좋은 기관은 기관평가시 가점과 인력 증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부진 기관은 평가 다음해 교부금·예산 삭감, 기관평가 감점 같은 페널티를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기계약직, 총액인건비 적용 제외해야"=발제에 이어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장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총 9천98명의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조성주 서울시 노동협력관은 “정규직 전환 이후 승진과 복지에서 기존 정규직과의 차별, 서울시·모기업·자회사 간 소통부재로 근로자 처우개선이 곤란해지는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직과 무기계약직을 통합해 승진제도를 마련했고, 자회사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도입했거나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김도하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사무처장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논의 과정에서 면담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공동연구용역을 하자는 노조 요구가 무시되고 있다”며 “정부는 경영평가·총정원 제도를 바꿔 정규직 전환에 맞는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정부가 비정규직 처우개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매년 이행실적을 점검하는 세부평가 내용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무기계약직 처우가 정규직과 비교해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총액인건비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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