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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비정규직 권리보장 필요충분조건 ④] 모든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허가하라엄미야 금속노조 경기지부 부지부장
   
 

노조 조직률이 수년째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노조의 보호를 받는 비정규직은 그보다 훨씬 적은 1%대다. 비정규직 100명 중 1명이 노조에 가입한 현실에서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만으로 개선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금속노조는 올해 3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쟁취를 대정부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비정규직을 노조로 품는 조직사업과 함께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 개정으로 중소·영세·비정규 노동자들의 삶을 변화시키자고 뜻을 모았다. 금속노조에서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을 하는 활동가들이 비정규 노동자 권리보장 입법을 요구하는 기고를 <매일노동뉴스>에 보내왔다. 4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① 최저임금 지금 당장 1만원
② 연차휴가를 제대로 보장하라
③ 공휴일을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④ 모든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


“사업에만 매진하기도 시간이 부족한데, 근로기준법도 확인하셔야 하고, 지금보다 월급을 더 주면서 사업장 운영해 나가기 힘드시죠? 사업장 내에서 사장님이 주시는 월급(시급) 변화 없이, 직원 근무시간 변동 없이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직원이나 알바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근로계약서를 상담해 드립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이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노무사 사무실에서 “사장님들의 어려움을 도와 드린다”는 글이 뜬다. 위에 적힌 ‘월급 변화 없이, 근무시간 변동 없이’라는 문구는 아마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초과근무수당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추가 비용(임금) 발생 없이 사업주의 필요에 의해 일을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준다는 설명인 듯하다.

이렇듯 누구에게는 “무제한 초과수당 없이 노예처럼 일할 수 있다”는 의미가 어느 누군가에게는 “임금을 더 지급할 걱정 없이 더 부려 먹으세요”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근로기준법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2013년 5인 미만 사업장도 퇴직금 100%와 주휴수당을 지급하도록 개정됐으나, 노동자들은 여전히 근로기준법 대부분 조항을 적용받지 못한다.

우선 사유 없이 해고가 가능하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에 의해서만 해고가 가능하며,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고, 서면통지해야 하는 등 해고 요건을 엄격하고 까다롭게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해고당할 수 있으며 해고돼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조차 할 수가 없다. 또한 초과근무·휴일근무·휴업수당·유급휴가 등 각종 수당을 지급받는 데에서도 예외다. 쉽게 말해 근로시간 제한 없이 무제한 일을 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전국 175만여개의 사업체 중 110만여개가 5인 미만 사업체이며, 353만명(한국고용정보원 2016년 기준)의 노동자가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22%가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이고, 게다가 그중 절반은 비정규직이다.

국가인권위조차 “사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빈곤층에 해당하는 이들이 특히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야말로 근로기준법에 의한 보호 필요성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존재하는 취지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주로 동네식당·편의점 같은 곳들이다. 그러다 보니 근로기준법 전면개정을 반대하는 측의 이유는 “영세한 기업의 사업주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최저임금 1만원(또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을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거냐”는 이유로 반대하는 논리와 같은데, 문제를 고용주에게만 전가할 경우를 상정하면 자영업자들의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 그래서 이에 대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재원을 투여하면 현실 가능한 일이다.

근로빈곤층의 문제, 영세한 노동자들의 문제는 국가가 나서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 국가의 개입이 특히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친노동자 정부임을 표방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개선을 기대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정책들이 있다. 최저임금 1만원, 노조할 권리, 고용노동부 행정지침 철회 등이다. 특히 노동조합 결성과 단체협약의 보호를 받을 수조차 없는 다수 노동자, 나아가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빈곤에 놓여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부터 시작하라. 행정부의 권한으로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정책이다. 모두에게 박수받는 정책이기도 하다.

엄미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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