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행복을 드리는 철도고객센터입니다’라는 코멘트를 매일 하지만 여기서 일하는 우리는 행복하지 않습니다.”(철도고객센터 전화상담원 유서정씨)

“자회사 정규직이라는 허울을 썼지만 10년이 지나도 승진 한 번 되지 않습니다. 관리자들은 대부분 철도공사 출신 '철피아'들입니다.”(KTX 승무원 전문희씨)

“똑같이 역에서 매표업무를 하더라도 정규직 직원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아요. 분리된 업무를 자회사에 위탁한 게 아닌 노동력 착취를 위한 인력 파견인 셈이죠.”(코레일네트웍스 소속 역무원 서재유씨)

철도 현장에서 일하지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이 아닌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불만을 터뜨렸다. KTX 승무원과 KTX 차량 정비원·매표 역무원·철도고객센터 전화상담원들이 코레일에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철도노조와 철도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28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철도노동자지만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며 “철도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을 위해 코레일은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코레일의 간접고용 규모는 지난해 8월 기준 8천196명이다. 노조는 현재 8천500여명으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코레일은 선로 유지보수·차량정비·입환·신호제어·기관사·승무 같은 안전업무까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사용하고 있다.

철도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철도노조 소속 코레일관광개발(서울·부산·용산익산)지부·코레일네트웍스지부·부산고속차량KR테크지부와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노조 철도고객센터지회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코레일 자회사나 용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들이다.

김영준 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공통적으로 코레일 정규직에 비해 연간 노동시간이 300~400시간 길고 저임금 중간착취에 노출돼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철도 외주화는 단순히 노동자를 착취할 뿐만 아니라 시민 안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우려했다.

용역업체에 소속돼 부산고속차량기지에서 정비업무를 하는 차재달 부산고속차량KR테크지부장은 “코레일 정규직과 같은 노동을 하는데도 7조3교대나 4조3교대 같은 비정상적인 근무형태로 장시간 저임금 노동을 하고 있다”며 “직원들은 그대로인데 2~3년에 한 번씩 입찰을 통해 임금을 착취할 업체만 바꾸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 정책을 환영한다”며 “새 정부의 정책을 구체화하는 것은 공기업 노사 당사자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연대회의는 이날 코레일에 노사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철도노조도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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