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어려운 문제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직원들 월급 주기 힘들어진다. 내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자니 나쁜 사장님이 된다. 찬성하면 동료 점주들이 “미친놈”이라고 욕한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한다. 누가 나를 힘들게 만들었는지 안다. 정부가 할 일을 한다면, 재벌대기업의 갑질과 욕심을 막을 수 있다면 착한 사장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최저임금 인상과 최저임금 1만원에 동의하는 소상공인 단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반대 단체들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이들 단체 관계자들과 지난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특별좌담을 했다. 인태연(54)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조중목(65) 전국대리점연합회 회장·방기홍(54)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 회장·이호준(37) GS25 부천지역 경영주협의회 총무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노동자들과 상인들이 함께 잘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 김학태 매일노동뉴스 기자가 특별좌담 사회를 봤다.

사회 : 자신들이 소속된 단체를 소개해 달라.

 

방기홍 :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는 학교 앞 문방구들을 대표하는 단체다. 만든 지 5년 정도 됐다. 회원은 500명 정도다. 각 지방교육청이 학부모들의 경제 부담을 덜기 위해 학습준비물 지원정책을 시행하면서 학교 앞 문구점들이 폐업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위한 복지정책이었지만 문구점 상인들은 너무 아팠다. 학생들을 도와주면서도 문구점을 살리기 위해 단체활동에 나섰다.

인태연 : 2006년께부터 대기업과 재벌들이 무절제하게 시장에 진입하면서 전통시장과 골목시장이 무너졌다. 여기에 문제의식을 가진 상인들이 2010년 전국유통상인연합회를 만들었다. 국가가 소상인과 자영업자 정책을 활성화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소상인들을 위한 법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중소상인 문제도 이슈화하고 있다.

조중목 : 전국대리점연합회에는 1차 도매업체들이 가입해 있다. 주로 식자재를 취급하는 회원들이 많다. 골목상권에 손을 뻗친 CJ와 치열하게 싸워 왔고 이기기도 했다.

이호준 : 2012년부터 GS25 부천지역 경영주협의회 모임을 시작했다. 30개 점포가 매달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2010년께 (본사 횡포에 고통받은) 점주 자살사건이 일어나면서 편의점 브랜드별로 모임이 생겨났다. 요즘은 브랜드를 떠나 점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그래서 부천지역 편의점주 모임을 준비 중이다.

“노동자들이 벌어야 우리 물건 팔아 주지”

사회 : 사업주인데도 최저임금 인상을 찬성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이호준 :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돈을 벌어야 한다. 결국 돈을 쓰는 사람들인데. 그들이 돈을 벌어야 쓰지 않겠나. 그럼에도 두려운 건 있다. 알바비로 나가는 돈이 한 달에 500만원이다.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800만원 정도 된다. 점주들이 본사에 보내고 남는 돈을 정산금이라고 한다. 노동자들로 치면 월급과 같다. 정산금 중에서 알바비, 점포 임대료를 내고 남는 돈이 실제 수익이다. 그런데 정산금이 2012년이나 2017년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 여름과 겨울 차이만 있을 뿐이다. 담뱃값이 올라 매출이 뛰었지만 담뱃값은 대부분 제조업체가 가져간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내가 가져가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조중목 : 유통대기업이 저임금 노동자를 많이 쓴다. 30~50% 정도가 최저임금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유통대기업은 인건비가 오른다. 그렇게 되면 인건비 부담에 골목상권까지 시장을 넓히지 못할 것이다.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본다.

인태연 : 서민들이 우리 물건을 팔아 준다. 그 사람들 주머니 채우지 말라고 해 놓고 우리 물건을 팔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나도 자식이 셋이다. 아이들이 노동자로 벌어먹고 살 건데, 그들의 급여를 올리지 마라고 하면 안 된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중소 자영업자가 망한다는 논리는 재벌이 폈다. 자영업자들이 힘든 것은 유통재벌들이 골목시장을 파괴하고 갑질을 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우리를 생각하는 척하는 것은 고양이가 쥐 생각하는 꼴이다. 재벌이 갑질과 수탈만 멈춰도 우리는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

방기홍 : 우리가 어려운 것은 인건비 때문이 아니다. 올해 최저임금이 6천470원인데, 5천원으로 떨어지더라도 자영업자들은 망한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그렇게 될 것이다. 결국 책임은 정부에 있다. 재벌과 대기업을 통제하지 못해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정기훈 기자


“우리 주장이 비현실적? 정부·대기업 하기에 달려”

사회 : 자영업자 입장에서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주장이 비현실적으로 들릴 수 있다.

방기홍 : 무조건적인 인상은 현실성이 없다. 노동자 주머니가 채워지면 선순환 경기가 만들어져 골목상권이 좋아진다는 주장은 맞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선순환 경기로 인한 이익은 고스란히 대기업에 돌아가게 된다. 자영업자들의 자생력을 키워 주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우리는 최고 2.5%의 카드수수료를 내지만 대기업은 1% 이내다. 카드회사들의 이익을 왜 어려운 영세 사업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보전하나. 대기업에서 받아 보전해야지. 천정부지로 오르는 임대료도 규제해야 한다.

인태연 : 지금 가게에서 직원 3명을 쓰고 있다.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한 명을 내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자영업 종사자가 600만~700만명이다. 이 중 절반은 1인 사장이고 나머지가 1명 이상 고용하고 있다. 한 명씩만 고용해도 300만~400만명에 이르는 노동시장이다. 이들이 일자리를 잃는 게 가장 큰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소상공인 적합업종 보호 특별법과 복합쇼핑몰 규제법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법을 만들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때까지 넋 놓고 기다리면 소상공인 시장이 파괴돼 버린다.

사회적 대타협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고용지원금 형태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상인들에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지원하자는 얘기다. 노동자 퇴출을 막으면서, 한편으로는 최저임금 1만원을 감당할 수 있게끔 소상공인들을 성장시켜야 한다. 이런 문제를 자꾸 노사가 협상하라고, 지들끼리 싸우라고 던지면 안 된다. 국가가 지원책을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 주장은 비현실적이지 않다.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재벌을 비호하는 집단이고, 중소상인 문제에 애정이 없는 집단이다.

조중목 :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보면 본사가 가져가는 마진이 너무 많다. 이호준 총무가 편의점을 하시는데 편의점이 특히 그렇다. 이런 곳은 본사와 가맹점이 마진만 정상적으로 나눠 가져도 당장 최저임금 1만원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저 상인들 때문에 임금이 안 오른다’고 오해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호준 : 뉴스에서 최저임금 위반 얘기가 나오면 90%가 편의점일 것이다. 낯 뜨거운 일이다. 협의회 모임을 하는 분들 중에도 최저임금을 안 주는 분들이 있다.

본사는 총 수익의 30%, 많게는 60~65%를 로열티로 가져간다. 하루 24시간 연중무휴로 편의점을 운영하려면 알바를 고용해야 하는데, 최저임금을 주기도 빠듯한 형편이다. 그런데 지난해 연말에 GS 본사 직원들이 400%의 성과급을 받았다고 한다. 그 성과급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가. 왜 점주들만 최저임금에 전전긍긍해야 하나.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답이 없다. 구조를 바꿀 수 있다면 최저임금 인상 찬성 여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최저임금 올리자고 말했다가 제명될 뻔
그래도 설명하니 동의하기 시작해


사회 : 최저임금을 인상하자고 하면 주변 동료 점주들의 반응이 어떤가. 설득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조중목 : 주변에 얘기하면 반대한다.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까 인태연 회장이 자식 얘기를 했는데. 나는 주변에 “네 자식이 6천470원 받고 일하면 괜찮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다들 “안 된다”고 한다. “당장 너는 힘들지만 우리나라가 똑바로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면 일단 수긍을 한다. 반발은 안 한다. 요즘 부모들은 자식이 40대가 될 때까지 껴안고 있지 않나.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호준 : 최저임금 인상하자고 했다가 편의점주 모임에서 제명될 뻔했다.(웃음) 제정신이냐고 하더라. 이해가 안 된다고 한다. 하나의 편의점, 그 구조 안에서만 고민하니까 그런 것이다. "본사는 떵떵거리고 사는데 우리는 왜 지지고 볶냐"고 물어봤다. 나중에는 "본사에 돌아가는 수익배분 비율만큼 본사가 임금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처음에는 설득하기 힘들다.

인태연 : 최저임금을 올리자고 얘기하면 자기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만 생각한다.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고 이야기하면 쉽게 이해한다. 사실 노동자와 우리는 상생해야 할 관계다. 사회적 약자끼리 싸우면 살 수가 없다. 정부의 반소상공인정책 구조를 보지 못하고 단순히 우리 주머니에서 얼마가 나가는 것만 봐서는 안 된다. 그러면 노동자에게 고립되고 재벌에게 이용당한다. 이런 점을 직접 만나 설명하면 대부분 수긍한다.

소상공인연합회라는 단체가 있다. 지난해까지 최저임금 인상을 강하게 반대했다. 그런데 최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이 "큰 틀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단 인상할 경우 중소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그분도 공격당할 수 있는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향으로 본 것이다.

방기홍 : 주위 사람들에게서 "정신이 있는 것이냐"는 얘기를 듣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설명하면 다들 동의한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설득하는 것 역시 정부 몫이다.

정기훈 기자


“카드수수료 인하 큰 효과 없어
인상 차액 노동자에게 직접 지원해야”


사회 : 최저임금을 인상하려면 소상공인을 지원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카드수수료 인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충분하다고 보나.

인태연 : 세제혜택과 카드수수료 인하 같은 간접지원 방식은 사실 큰 도움이 안 된다. 10만원이나 20만원 정도의 혜택밖에 없다. 정부가 카드수수료 인하계획을 발표했지만 인하 폭이 너무 적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연 매출 10억원 초과 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을 1.96%에서 상한선인 2.5%까지 올렸다. 우리 가게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유럽연합(EU)은 0.3%, 호주는 0.8%인데 우리나라는 2.5%다. 카드 수수료율이 1%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환산보증금이 일정 범위(이를테면 서울 4억원) 안에 들어가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을 적용받는다. 문재인 정부가 환산보증금 범위를 넓힌다고 하는데, 아예 폐기하는 것이 맞다.

진짜 도움을 주려면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분을 직접 지원해야 한다. 주야장천 지원하자는 게 아니다. 단계적으로 지원규모를 줄이면서 한편으로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성장시키자는 것이다.

조중목 : 정부가 점포들의 영업일수를 강제로라도 줄이면 괜찮을 것 같다. 예를 들어 편의점이라면 GS25는 화요일에 쉬고, 세븐일레븐은 수요일에 놀게 하면 어떤가. 인건비가 빠지면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도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쉬는 날이 생기면 좋지 않나.

“우리도 일자리 만드는 주체
소상공인 키우면 최저임금 문제 해결”


방기홍 : 자영업자와 상인을 하나의 경제주체로 봐야 한다. 고용을 창출하는 주체 말이다. 정부의 위험한 접근방식 중 하나가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면서 줄이려는 정책을 펴는 것이다. 공무원과 군인은 퇴직을 해도 자영업을 하지 않는다. 연금이 충분히 나와 노후가 보장되면 편의점을 왜 하겠나. 하라고 해도 안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노후소득 보장은 고려하지 않고) 자영업자를 줄일 생각만 하고 있다.

인태연 : 소상공인이 700만명이다. 이들의 가족과 이들에게 고용된 노동자들이 1천500만~2천만명이다. 이들이 몰락하면 문재인 정부가 만든다는 공공일자리 81만개도 소용이 없어진다. 노동자들은 퇴직 후 자영업이라도 해서 먹고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영업 시장을 육성하고 자영업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련 전문가가 없고 지원도 없고 소관 정부부처도 없다. 정부는 연구개발(R&D) 지원을 엄청나게 하고 중소기업도 지원한다. 농축산업 손실 비용도 대규모로 보조한다. 반면 소상공인 지원은 없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생겼지만 소상공인 지원부서 위상을 격상하지 않았다. 중소기업청 시절 그대로다.

사회 : 고용의 질과 안정성을 높여 노동자들이 자영업을 안 해도 되도록 하고, 영세 자영업자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여들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인데.

인태연 : 최근 유통재벌 신세계가 매년 정규직을 1만명을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신세계가 또다시 골목상권을 치고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자영업자들은 망하고 그들이 고용한 이들은 실업자가 된다. 20만~30만명의 실업자를 양산할 것이다. 대기업 중심 고용창출 정책을 중단하고 자영업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이호준 :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막기 위한 단발성 지원이나 혜택이 아니라 자영업자들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과 혜택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최저임금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정리=김학태·최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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