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주최로 21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간접고용 문제 올바른 해법찾기 공개 토론회. 정기훈 기자

지난달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전격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뒤 백가쟁명식 해법이 쏟아지고 있다.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도 앞다퉈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는다.

대다수 기관이 택하는 정규직 전환 방식은 자회사를 설립해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노동계 심경이 복잡하다. 진전된 고용안정책이기는 하나 노동자들이 여전히 간접고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21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간접고용 문제 올바른 해법 찾기'를 주제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자회사 방식 비정규직 대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각계 의견을 청취하는 목적의 자리였다. 예상대로 토론회 참석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임금·복지·고용보장 긍정적"
"한계점 명확, 고착화할까 우려"


첫 발제를 맡은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은 "자회사 방식을 추진했던 과거 사례의 특징을 살펴보면 구조조정 수단인지, 간접고용 해법 일환인지에 따라 임금·고용에서 차이를 보였다"며 "구조조정을 위해 자회사를 설립한 곳에서는 임금·고용조건이 나빠지고, 간접고용 해법으로 자회사가 추진된 사업장에서는 고용안정을 이뤘지만 노동조건 향상은 별도로 논의해야 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남 정책위원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어떤 고용형태든 고용안정과 적정임금 보장, 차별 없는 대우가 가능하다면 특정 고용형태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회사 방식 정규직화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임금·복지·고용보장, 동종 유사업무 정규직과의 차별 없는 노동조건, 노조활동 보장, 원청 직접교섭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민규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은 '간접고용 노동자 5대 요구'를 정리해 발표했다. 핵심 요구는 임금과 고용·안전·노조할 권리를 원청 사용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을 직접고용하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노조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오민규 실장은 "자회사 신설이나 공공부문 시설관리공단을 통한 직접고용 방식 사례를 살펴보면 원청이 직접고용하지 않을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자회사가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된 사례, 원·하청 관계가 변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요소, 여러 자회사를 두는 방식으로 사실상 용역업체와 다름없이 운영될 가능성, 직접고용 대신 자회사 방식이 유력한 비정규직 대책으로 등장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오 실장은 "이 같은 한계점들을 극복한 자회사 전환을 상정해 볼 수는 있겠지만 현실에서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차별이 존재하는 방식의 고용형태 전환을 온전한 정규직 전환이라고 인정할 수 없고, 자회사 방식도 정규직화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정기훈 기자


"직접고용·자회사 병행 불가피"
"자회사 파업시 대체인력 투입 우려"


토론자들도 자회사 방식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밝혔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차별 없는 전환이 돼야 하지만 본사나 원청의 직접고용만을 고집하기는 어렵고, 지금 단계에서는 직접고용과 자회사 고용을 병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용역회사처럼 운영되는 자회사가 아니라 모회사가 상당한 책임을 지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출신 조성덕 노조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원청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제시한 것에 공감하면서도 "자회사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 부위원장은 "공공기관에서 전문성·독자 수익을 감안해 별도로 설립한 자회사도 있고, 양호한 고용조건을 가진 사례도 있다"며 "자회사 하청노동자들이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자회사 방식은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고 언제라도 파업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어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용역업체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과 이상우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실장도 토론자로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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