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기업노조 한국종합기술노조가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대주주 지분 인수 참여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종합엔지니어링 업체인 한국종합기술 임직원들이 대주주 한진중공업홀딩스가 매각하려는 자사 보유 지분을 인수해 종업원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최초로 종업원지주회사가 탄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종업원지주회사란 종업원들이 자사 주식을 취득해 대주주가 된 회사를 뜻한다.

한국종합기술노조·우리사주조합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약탈경제반대행동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가 추진 중인 한국종합기술 지분 매각에 임직원들이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22일 예비입찰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본입찰은 다음달 말 진행된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직원이 1천154명인데, 이 중 920여명이 우리사주조합을 통한 지분 인수 참여에 동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920여명의 종업원들이 본인 연봉의 금액을 기꺼이 출현하겠다는 대승적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회사 인수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한국종합기술은 지난해 기준 토목엔지니어링 시장점유율 15%를 기록한 업계 2위 회사다. 알짜 회사로 평가받는 한국종합기술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유는 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의 재무적 문제 때문이다.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한진중공업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한 대륜E&S·대륜발전·별내에너지 등 발전계열사 매각에 차질이 빚어지자 한진중공업홀딩스가 지분을 가진 자회사들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그중 한 곳이 한진중공업홀딩스가 67.05% 지분을 가진 한국종합기술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매각 반대를 주장했던 노조가 아예 "우리가 회사 지분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이런 식으로 기업매각 과정을 거친 숱한 기업들이 대부분 구조조정과 노사갈등을 겪고, 투기자본들의 기술 먹튀로 부실화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영수 노조위원장은 "지금까지 기업매각은 대부분 채권단 등 법적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이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이로 인해 매각 대상 기업들이 인적 구조조정 등 갈등 상황에 놓이거나 약탈적 기업사냥꾼들에 의해 기업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종업원지주회사가 되면 우리 스스로 회사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을 뛰어넘어 오너가 독식하던 이윤으로 10% 이상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엔지니어링 회사에 만연한 비정규직 확대를 막고, 종업원 합의를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철폐하는 등 경제적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임직원의 대승적 결정에 채권단이 화답해야 한다"며 "한진중공업홀딩스와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주주 주력자회사인 한진중공업 경영실패로 파생된 매각을 중단하고 종업원들에게 보유지분을 매도하라"고 촉구했다.

◇"기업 키워 온 우리사주조합에 가점 줘야"=한국종합기술 우리사주조합의 인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한진중공업홀딩스와 산업은행은 최근 우리사주조합이 보낸 '한국종합기술 지분매각 우선협상요청'에 "공정경쟁 입찰에 어떤 제약도 없으니 참여하라"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사주조합의 우선협상 요청을 거절하고, 절차대로 입찰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영수 위원장은 "결국 입찰 평가기준을 어떻게 할 건지가 핵심인데, 돈을 많이 싸 들고 오는 업체가 아니라 지금까지 회사를 이만큼 키워 오고 앞으로도 소명의식을 가지고 회사를 잘 운영할 종업원들의 기여도를 평가해야 한다"며 "우리사주조합에 가점을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우리사주조합은 종업원들이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주식을 취득·관리할 목적으로 조직한 조합이고, 자기 회사 주식을 보유해 회사의 경영 및 이익분배에 참여하자는 취지"라며 "우리사주조합에 가점을 주는 게 사회적 합의나 통념에 비춰 봤을 때 시장경제 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은 "2011년 기준으로 미국 민간기업의 10%인 1만여곳이 종업원지주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시장에서도 노동자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으로 기업을 재생시키고 경제활력을 준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한국종합기술이 종업원지주회사가 되면 해고 없는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산업은행은 채권회수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종업원들의 기업인수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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