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지난해 성과연봉제 강풍이 공공기관을 휩쓸었다. 노사 간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 가던 사업장도 성과연봉제만큼은 사측이 노조를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도입했다.

공기업인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지난해 5월19일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고했다. 다음날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확정했다. 노조를 상대로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 혐의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건만 무려 44건이다. 노조 전·현직 간부들은 비연고지로 발령했다. 현재까지 단체협약이 없는 상태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공공운수노조 농성장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윤정일(44·사진) 한국철도시설공단노조 위원장은 “지난 1년간 성과연봉제 때문에 고통받았고 현재까지 노조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성과연봉제 지침이 폐기된다 하더라도 쉽게 복원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사측은 왜 ‘단체협약 해지’라는 강수를 뒀다고 보나.

“단협에 ‘호봉급 체계’가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성과연봉제 합의를 유도하기 위해 노조를 압박하는 수단이었다. 박근혜 정부 이후 종종 갈등이 있었다. 정부가 방만경영을 얘기하고 사측이 경영평가 가이드라인을 빌미로 단협 개악을 요구했다. 노조는 일정 부분 양보했다. 하지만 성과연봉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자 회사가 노조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노사관계가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성과연봉제 탓에 단협 해지가 촉발됐는데, 경영진이 ‘이왕 이렇게 된 거 노조를 손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 지난해 11월 단협이 해지됐다. 어떤 문제가 있었나.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반인권적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 직원들의 카카오톡 대화 내역을 복원해 제출하라고 하거나 통화 내역까지 요구했다.

조직문화가 완전히 변했다. 노사가 함께 논의하던 것들이 일방 통보로 바뀌었다. 표현의 자유도 말살됐다. ‘법대로 하라’가 공단 조직문화가 돼 버렸다. 임금체계마저 노조와 협의 없이 사측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됐으니까. 금기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런 조직문화가 임금체계 변경보다 더 무섭다. 정부가 성과연봉제 지침을 폐기한다고 해도 조직문화를 만회하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 최근 사측과 교섭을 재개했는데. 

“지난해 9월 성과연봉제 파업 직전에 본교섭을 했다. 공단 이사장은 성과연봉제에 합의하지 않으면 임금협상도 없고 단협도 없다고 선언하고 나갔다. 그런데 이달 초 8개월 만에 열린 본교섭에서 사측은 단협 해지는 성과연봉제와 무관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교섭에서 쟁점은 노조 홍보활동이다. 사측은 노조가 사용하던 사내게시판을 없앴다. 노조가 명예훼손성 게시물을 등록하면 임의로 삭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 입을 막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성과연봉제 때문에 해지된 단협을 그대로 복원한 뒤 다른 쟁점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사장은 정부 방침대로 하는 것이 소신이라며 정부 지침이 나오면 그대로 이행하면 그뿐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영혼 없는 공직자의 전형을 보여 줬다. 이런 영혼 없는 공직자가 기관을 좀먹는다.”

-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박근혜 정권에서 분란을 일으킨 지침을 폐기하는 것이 먼저다. 정부 정책의 일방강행으로 발생한 노사 갈등을 문재인 정부가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고 노사가 대등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악의적으로 노조를 파괴한 관료주의적 질서와 경영진에게 정부가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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