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스 해고노동자들이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로 불리는 하이디스 '기술먹튀' 사건 해결을 정부에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디스 기술먹튀와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회 관계자는 "하이디스는 광시야각 특허를 이용해 매년 1천여억원에 이르는 기술료 수익을 벌어들이면서도 해고자 수십명을 방치하고 있다"며 "정부는 생산직을 해고하고 기술먹튀를 하는 외국 자본을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전자 LCD사업부로 시작한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제조업체 하이디스는 현대전자 부도 뒤 2002년 중국의 비오이그룹과 2008년 대만 이잉크사에 연이어 매각됐다. 대주주가 된 이잉크는 특허권 장사에만 집중했다. 2014년 840억원의 순이익을 내고도 이듬해 1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희망퇴직으로 직원 377명 중 253명을 내보내고, 희망퇴직 거부자 중 79명을 정리해고했다.

해고자들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했지만 경기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영상 이유에 따른 정리해고를 폭넓게 수용했다는 점에서 쌍용차 사태와 닮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시인 2015년 4월 지회 관계자들을 만나 "당 차원에서 하이디스 문제에 관심을 갖고 관련 상임위를 중심으로 문제 해결책을 찾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새 정부 출범 한 달을 맞아 국민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800일이 되도록 고통받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가 정리해고와 기술유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회 해고자 등 20여명은 이날부터 국회 인근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