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기아자동차를 불법파견 혐의로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만연한 제조업 불법파견 문제에 메스를 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법·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정부 행정력만으로 불법파견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기아차 불법파견 수사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23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아사히비정규직지회가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불법파견 고소사건이 노동부·검찰에서 지연되고 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제조업 파견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제조업 사업장에서 불거진 노사갈등은 대부분 불법파견 문제와 엮여 있다.

100%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만 생산공장을 가동하는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정규직 작업에 투입한 정황이 확인된 현대중공업, 특정 공정을 통째로 간접고용 비정규직에게 맡긴 현대위아가 대표적이다. 해당 사업장 비정규직 노조들은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내거나 노동부·검찰에 파견법 위반 혐의로 사측을 고소·고발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은 1·2년 단위로 파견·도급업체와 재계약하거나 업체가 바뀌어 빈번하게 해고를 당한다. 그럼에도 사건 수사는 기약 없이 길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현대차 불법파견 사건의 경우 2010년 금속노조가 원·하청 관계자들을 고소·고발했는데, 검찰은 2015년 무더기 불기소 처분을 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2015년 9월 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가 원·하청을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이달 현재까지 기소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동부 경기지청은 기아차 화성공장 비정규직들이 회사를 고발한 지 2년여가 지난 이달 11일에야 수사를 시작했다.

노동계는 기아차를 상대로 한 노동부 수사 결과를 문재인 정부의 불법파견 해소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시금석으로 삼을 기세다. 노동부는 불법파견이 확인되면 직접고용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또 불법파견 업체를 폐쇄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의지만으로도 불법파견 문제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정부가 주제별 또는 이슈별로 선택과 집중을 해서 특별근로감독과 특별수사를 하면 효과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실장은 "정부가 기아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해소의지를 보여 준다면 다른 민간영역에 적지 않은 파급력이 예상된다"며 "이번 기아차 수사가 면피용인지, 아니면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것인지를 보면 향후 정부의 노동정책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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