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한 뒤 공공·민간부문을 가리지 않고 반향이 일고 있다. 공공기관에서는 간접고용 인력 직접고용 사례가 앞다퉈 전파되는 분위기다. 외주화된 생명·안전 분야의 시급한 직영화와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시, 9호선 2·3단계 운영권 공모 보류=23일 서울시와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2·3단계(종합운동장역~보훈병원역) 구간 운영권 공모계획을 보류했다. 서울시는 지난 22일 운영권 위탁사업자 공모를 위한 공고를 낼 계획이었다.

9호선 2·3단계는 공기업인 서울메트로 자회사가 운영 중이다. 1단계(개화역~종합운동장역) 구간은 민간업체가 맡고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서울시가 2단계를 현재 운영사인 서울메트로 자회사와 재계약하지 않고 공모할 경우 1단계 운영사인 민간업체로 2·3단계 운영권이 넘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1단계와 2·3단계는 노동조건 격차가 크다. 임금뿐만 아니라 새 업체 선정 뒤 고용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노조를 포함해 이해관계자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소통한 뒤 공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2단계 운영사 직원들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서울메트로9호선지부는 2·3단계 운영사업자 선정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지부 관계자는 “서울시에 선정계획 철회와 도시교통본부장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며 “서울지하철 통합으로 5월 말 설립되는 서울교통공사(1~8호선)가 9호선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도 민간업체도 정규직화 바람=이달 17일 기획재정부와 공공기관 간담회 이후 기관들도 직접고용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가운데 간접고용 비율이 높은 10개 기관(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철도공사·한국공항공사·국민건강보험공단·한국마사회·한전KPS·한국가스공사·대한석탄공사)을 소집해 실태조사를 위한 간담회를 했다.

철도공사(코레일)는 최근 KTX 정비업무 외주화를 확대하려던 계획을 중단했다. 한국동서발전 노사는 22일 일자리위원회 운영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을 체결했다. 비정규직 차별금지와 직접고용 전환을 협의한다. 한국마사회는 ‘상생 일자리 TF’를 신설하고 간접고용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민간업체에서도 정규직화 바람이 분다. SK브로드밴드가 초고속인터넷과 IPTV를 설치·수리하는 하청노동자 5천200여명을 자회사 설립방식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동종업계인 CJ헬로비전과 LG유플러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별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돌입했다. 은행권도 기간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파견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지하철 안전업무 30% 이상 외주화”=외환위기 이후 외주화 바람이 거셌다. 시민들과 직접 대면하는 대중교통 외주화는 여전히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현원 대비 외주화 비율은 코레일이 30.8%, 부산교통공사가 42.2%, 대전도시철도공사가 53%나 된다.

노동계는 재직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철도노조·부산지하철노조·공공교통네트워크를 포함한 58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외주화된 상시지속·생명안전 업무를 재직영화하라”고 촉구했다.

최무덕 부산지하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부산지하철에는 정규직 일자리 1천개를 외주화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며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가 시대 흐름을 거부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해 부산시민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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