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원리를 중시하는 서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금융기관 노조가 거의 없는 만큼 금융파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금융산업전체의 동시 파업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법적으로 금융기관 노조를 허용하고 있으나 설립된 노조는 거의 없다.

뉴욕주 은행국을 비롯한 일부 금융감독당국에는 노조가 있으나 근로자복지개선 등에 목표를 두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80년대말과 90년대초에 부실 저축기관의 대량도산과 함께 공적기구를 통한 정리가 단행됐으나 직원들의 반발은 없었다.

부실 금융기관의 도산과 정리, 이에 따른 종업원 실직은 당연하다는 게 당시의사회 분위기였다.

파업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철저한 성과와 수익 중심주의가 정착돼 있기 때문이다.

같은 직급 내에서도 능력과 실적에 따라 급여가 서로 다른 만큼 불만이 집단적으로 표출되지 않는다.

민간 연구기관 관계자는 "미국과 서구의 금융기관들은 사업본부제 중심이어서 실적이 떨어지는 사업본부는 곧바로 해체된다"면서 "이를 반대하는 직원들은 없다"고 설명했다.

불만이 있더라도 집단행동 보다는 개인적으로 직장을 떠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이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으로 인해 다른 직장을 찾는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또 창구직원의 대부분이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이어서 단체행동에 나설 여지가 거의없다.

게다가 서구나 미국에서는 합병이나 조직. 인원 감축은 번번히 일어나는현상이어서 사회적 또는 개인적인 충격이 될 수 없다.

생존능력이 없는 금융기관들의 기관장들은 합병으로 인해 자신의 자리가 없어질줄 뻔히 알지만 합병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조합원이나 투자가, 주주들이 이를 강력히 요구하는 만큼 합병에 실패하면 경영권 시장에서 무능한 경영인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금융기관 노조가 강성을 띠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본의 경우 노조의힘이 강하기는 하나 타협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에 실제로 파업에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 금융기관 직원들이 파업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해고됐을 경우 다른 직장을 찾기 힘들다는데 있다.

또 실업관련 복지제도가 허술해 당장생계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 때문에 외국과 달리 해고 자체가 개인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충격으로 다가오며 주변에서도 무능하고 실패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실업자를 위한 복지 인프라가 갖춰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성과중심주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특유의 우리 문화도 노조 강성의요인이다.

공동체를 중시하면서 자신보다 급여가 많은 같은 직급의 동료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아무리 무능하더라도 해고대상에 포함되는 것 자체를 수용하기는 어렵다.

국책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파업에 나서는 금융기관 직원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기에 앞서 실업자를 위한 복지 인프라를 조속히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경쟁력 없는 기업들은 당연히 퇴출되는 기업 인수합병(M&A)시장도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일본 금융기관 노조들이 상당히 활발하지만 금융산업이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면서 "노조들이 당장의 인원감축을 반대하는 것 자체가 결국에는 더 많은 실업을 초래하게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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