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빛 PD의 친구 박수정(28)씨가 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에 편지 한 통을 보냈다. 대책위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CJ E&M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씨의 편지를 공개했다.
박씨는 편지에서 “지난해 8월 친구가 답답함을 토로하며 메시지를 보냈다”며 “윗선에서 지금까지 촬영된 드라마를 보고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다’며 비정규 스태프를 해고했다는 내용이었다”며 당시 이 PD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소개했다.
tvN은 <혼술남녀> 전체 촬영분의 4분의 1이 제작된 지난해 8월12일 촬영·조명·장비팀에 배치된 외주업체와 소속 스태프를 대거 교체했다. 이 PD는 당시 상황을 친구에게 전하며 “(드라마 제작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연출부인데 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스태프들이 희생돼야 하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PD는 당시 상황에 대해 “여긴 미친 세상이다. 너무 화가 나서 돌아 버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PD는 “방송국 놈들이 다 그런 거 아니겠냐”는 친구에게 “누구를 자를까 (선택)하는 회의에서 한 마디도 못하는 막내 PD라 미안하다”며 도리어 사과했다. 방송사와 스태프 사이에서 이 PD가 겪은 고통은 유서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PD는 “스태프들이 농담 반 진담 반 건네는 ‘노동착취’라는 단어가 가슴을 후벼 팠다”며 “나도 노동자에 불과하지만 적어도 그네들 앞에선 노동자를 쥐어짜는 관리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한편 지난 18일 CJ E&M은 이 PD 사망과 관련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 PD의 어머니 김혜영씨는 “회사는 유가족과 대책위에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며 “사과라는 것은 상처받은 사람에게 직접적이고 진실되게 해야 한다”며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CJ E&M에 △책임 인정과 진심 어린 사과 △책임자 징계와 제작시스템 개선을 포함한 재방방지책 수립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위와의 논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 PD는 CJ E&M에 입사한 지 9개월 만인 지난해 10월26일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이 PD는 장시간 노동과 과도한 업무·언어폭력과 괴롭힘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