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10.23 수 08:00
상단여백
HOME 피플ㆍ라이프 인터뷰
[최영기 국민의당 선대위 좋은일자리위원장] “안철수 후보 일자리·노동공약 가치는 실현가능성에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일자리·노동정책은 노동계에서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한다. 화끈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조심스럽다. 예컨대 최저임금 1만원을 임기 안에 도입하겠다고 한다. 성과연봉제 지침 폐기도 시원하게 약속하지 않는다. 일자리를 몇 개 만들겠다는 내용도 없다. 뿌리 깊은 격차를 해소해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겠다는 공약 정도가 눈에 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최영기(65·사진) 미래준비본부 좋은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최 위원장은 한국노동연구원장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원회 상임위원을 지냈다. 안철수 후보의 일자리·노동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 지난해 9월 국민의당 좋은일자리정책본부장에 영입됐다. 어떤 인연으로 들어오게 됐나.

“지난해 총선이 끝나고 5월쯤 국민의당 의원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서 강의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시 안철수 당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날이라 결석했다. 나중에 안 후보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에서 안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비정규직·저임금·양극화 이슈로 2시간가량 토론했다. 그 뒤 매주 공부하는 자리에 합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안 후보는 비정규직과 격차, 양극화 해법에 관심이 많았다.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공통분모가 좋은 일자리 부족이라고 진단했는데, 안 후보가 100% 공감하더라. 국민의당은 정치적으로 화려하지 않지만 합리적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잘 반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보다는 질, 일자리 담론을 바꾸자"

- 안철수 후보의 일자리·노동정책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

“1998년 이후 모든 정권은 '고용위기'라는 공통된 이슈에 맞닥뜨렸다. 어떤 정권에서든 고용 우선 정책을 폈고, 250만~30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실적을 보면 목표치의 절반 수준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참여정부는 126만개, MB정부는 125만개, 박근혜 정부는 180만개 일자리를 만든 것으로 추산된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정책효과보다는 베이비부머 퇴직에 따른 인구변동(demography) 영향이 크다. 양적인 일자리 창출 목표라는 게 이렇듯 국민을 현혹한다. 양적 목표에 시달린 탓에 일자리 질 문제를 방치한 것이다.”

최영기 위원장은 일자리 정책 담론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양이 아니라 질에 초점을 맞췄다.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안정시키는 것은 정부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봤다.

“이런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잡는 데 시간이 걸렸다. 당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다른 대선후보가 양적 목표를 내세우는 만큼 단 1%라도 높여야 한다는 식의 수치를 제시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안 후보를 설득했다. 영혼 없는 숫자에 매달리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밋밋하지만 영혼 있는 게 낫다고 말이다. 안 후보와 수차례 토론하고 검토해서 나온 결과다.”

- 현실에서는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기업은 사내유보금을 쌓아 둔 채 일자리에 투자하지 않는다.

“일반 국민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일자리가 부족해서 청년과 경력단절여성이 일자리를 못 찾는다고. 전문가들은 일자리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갈 만한 일자리가 없다고 진단한다. 예를 들어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중소기업 일자리에 가느니 좀 더 공부하겠다고 한다. 공공사회서비스와 중소기업 일자리가 안정되고 4대 보험이 보장되며 직장 분위기가 안정적이라면? 갈 만한 일자리가 된다. 설사 임금이 조금 낮더라도 안정된 일자리라면 청년들이 일하면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직무형 정규직은 무기계약직 아니다”

-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대한 입장은.

“2006~2016년 공공사회서비스 일자리가 154만개 만들어졌다. 일자리가 꾸준히, 그리고 빨리 늘어나는 곳이 공공부문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는 복지의 파생변수다. 복지프로그램이 있어야 공공부문 일자리가 늘어난다. 불안정한 공공부문 일자리를 안정시키고 저임금을 해소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몇십 만개 일자리수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 안 후보는 비정규직 문제 해법으로 직무형 정규직을 만들고 사회복지고용공단을 설립해 관리하겠다고 했다.

“공공사회서비스 고용형태는 너무 다양해서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사회복지고용공단은 지자체 단위로 필요에 맞게 구성할 수 있다. 명칭도 변용 가능하다. 최근 법원에서 기간제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판례가 나왔다. 누가 봐도 5~10년 계속하는 직무인데 23개월 단위로 사람을 갈아 끼우는 방식은 비정규직법 취지에 어긋난다. 그렇기에 2년 이상 지속되는 직무에 정규직을 뽑으라는 거다. 다만 민간기업에 확산시키려면 기존 정규직 패턴으로는 어려우니 직무형 정규직 모델을 만들어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 직무형 정규직이 무기계약직의 또 다른 버전, 혹은 일본의 한정 정사원제도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으로 뽑았다가 그 사람을 계속 고용한다는 의미다. 직무형은 처음부터 채용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 뽑는다. 기존 정규직이 아닌 것은 맞다. 기존 정규직의 호봉제나 승진체계와는 다른 체계를 적용받는다. 직무와 임금설계를 달리한다. 하지만 일단 고용이 안정되고 회사 내에서 자기 직무가 확고해지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년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동운동도, 정부도, 학자도 노력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시장은 그대로다. 그렇다면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나. 외부 노동시장 비정규직은 내부 노동시장에 있는 기업 울타리를 넘어가지 못한다. 외부 노동시장은 임금·교육·승진체계가 부족하다. 지금은 비정규직 노동시장의 인프라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정규직화만 주장하지 말고 우선 직무형 노동시장으로 안정화해야 한다. 지난 20년 노동개혁 과정을 보자. 실제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고 고용지위가 낮은 노동자의 지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됐나? 과거를 성찰하고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해법을 찾는 게 맞다.”

"근로자지원센터는 노동회의소의 다른 이름"

- 안 후보는 중소기업·비정규 노동자 지원을 위한 근로자지원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노동회의소와 비슷한 개념인가.

“노동회의소의 변용이다. 노동회의소 자체는 과감하지만 전면적으로 한꺼번에 논의하기에는 부담되는 정책이다. 그런데 외부 노동시장 노동자를 위한 수요는 분명히 있다. 한국노총이 노동상담소를 운영하는데, 정부 예산에 기반을 두고 있어 상당히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고용노동청이나 고용센터가 수요를 채우기는 힘들다. 노조가 없고, 만들기도 어려운 외부 노동시장 노동자를 지원하는 역할을 근로자지원센터에 맡기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식은 더 고민해야 한다.”

- 안 후보는 다른 후보와 달리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이 아닌 출구규제를 약속했다.

“2004년 비정규직법 논의 당시 사유제한이냐 기간제한이냐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결국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쪽으로 조정이 됐다. 기간제한으로 10년 운용했고 그에 맞춰 제도가 세팅되고 노동시장 관행이 생겼다. 10년 만에 사유제한으로 바꾼다? 말하기는 편한데 막상 시행하려면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그간 국회에서의 입법 과정을 알지 않나. 자신 없는 것을 공약에 넣으면 안 된다. 노동시장 흐름을 법 규제 한두 개로 일거에 바꿀 수 있을 거라는 환상적 기대와 달리 시장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혹세무민에 가깝다. 무책임한 행위다.”

- 안 후보는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했다. 다른 후보들은 2020년까지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는데.

“계산해 보라.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이 되려면 3년 연속 16%가량 인상해야 한다. 역대 정권을 보면 DJ정부는 연평균 8%, 참여정부는 10%, MB정부는 5.5%, 박근혜 정부는 7.5% 올렸다. 정부가 2020년까지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돈을 주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다. 주로 영세사업자가 준다. 이들에게 매년 16%를 강제로 올리라고 해야 하는 거다. 그렇게 하면 소상공인이 숱하게 망해 나간다. 물론 그 한계기업을 과감히 구조조정하겠다는 산업정책과 패키지로 접근하면 모르겠다. 그게 아니라면 역시 혹세무민이다. 근로빈곤 문제를 사업주 책임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근로빈곤 문제는 최저임금으로 일부 부담하는 동시에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안 후보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임기 중에 빠르게 증가시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1인당 EITC로 연 250만원까지 지원된 사례가 있다. 월 20만원 수준이다. 이를 확대해 지원금액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일방적 성과연봉제 지침 폐기해야”

- 안 후보는 최근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성과연봉제 지침 폐기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지침 폐기에 어떤 입장인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성과연봉제 지침은 폐기해야 한다. 정부가 획일적 기준을 갖고 시한을 정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렇게 되면 임금체계 개편이란 문제에 상처가 나고 나중에 건드리기 힘들게 된다.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 정책은 폐기 대상이다. 다만 극히 소수이지만 노사 간 성과연봉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뢰와 일체성을 확인한 사업장이 있다. 그런 경우 도로 지우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무조건 ‘지침 폐기’라고 단순화하지 않았다.”

- 노동계가 안 후보의 일자리·노동정책을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조차 정의당과 비슷한 공약을 내놓았다. 원내 정당 후보 5명을 줄 세우면 4등을 할 수밖에 없다. 도리가 없다. 중요한 것은 실현가능성이다. 일자리·노동정책 실현가능성으로 보면 안철수 후보가 1등이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윤정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