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대면 거래 확산과 핀테크(fintech, 금융+기술)를 고용파괴 시대 개막이 아닌 과거와 다른 인간다운 노동을 달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공광규 금융노조 정책실장이 금융권을 필두로 몰아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내놓은 제안이다. 노사가 손을 잡고 신기술을 사회발전 관점에서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세계파이낸스>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계일보 유니홀에서 ‘비대면 거래 활성화와 금융의 미래’ 세미나를 개최했다. 공광규 실장은 "비대면 거래 증가와 관련한 고용문제에서 인력감축만이 대안인가"라고 물으며 "사측과 정부는 인공지능이 가져가 버린 노동시간을 잉여 일자리로 보지 말고 더 나은 공동체와 국가를 고민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섭게 확산하는 비대면 거래

금융권 비대면 거래는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주요 10개 은행의 비대면 판매금액이 15조5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5%나 증가한 수치다. 5월이면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은행이 출범한다.

공광규 실장은 "비대면 인증을 통한 계좌계설은 금융서비스의 대세가 됐으며, 기존 예적금에 한정됐던 거래가 대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현재 전 세계 금융거래의 90%가 컴퓨터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도 금융권 환경 변화에 일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추진할 금융개혁 핵심 사업으로 핀테크 2단계 발전을 예고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ial)에 기술(technique)을 더한 표현이다. 금융위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투자를 상담하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저성장·저금리 시대도 비대면 거래 급증 요인이다. 노조에 따르면 국내은행 당기순이익은 2011년 11조원에서 2015년 3조4천억원으로 감소했다.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일자리도 흔들렸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에서 영업점 177곳이 사라졌다. 해당 은행의 희망퇴직 인원은 2015년 말에서 2016년 초 사이 2천831명이었는데, 1년 후 같은 기간에는 4천463명으로 증가했다.

공 실장은 “은행이 비대면으로 업무를 해결하면 공간과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게 돼 기존 점포를 줄이면서 인력도 자연스럽게 감축해 갈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이 급속히 진행되면 자동화시스템 확대로 일자리가 파괴되는 고용파괴 시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사정, 공동체·연대 고민할 때"

그는 이어 "노사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비대면 거래 증가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금융분쟁 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불공정거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으면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

공 실장은 "어느 한쪽의 이익보다는 노동자 고용안정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 공존하는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인력 감원이 능사가 아니며 비대면 채널의 부가가치 확대방안을 비롯한 대안을 찾고,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직능이 무엇인지 기업·산업별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올해 산별교섭에서 사용자들에게 '4차 산업혁명 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할 계획이다. 저중숙련 노동의 자동화는 고숙련 일자리만 남겨 사회적 양극화를 부른다. 노동계가 "정부 차원의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관련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공 실장은 "로봇에게 일을 나눠 남는 인력을 해고하지 말고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과거와 다른 인간다운 노동과 삶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인간 중심 노동과 분배의 정의, 공동체·연대의 가치를 노사정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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