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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현장실습생 죽음, 노동부·교육부 모두의 책임
   
“내일도 회사에 가야 하는구나.”

우리나라 직장인 중에 이 말을 안 해 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한 사람이 10대 고등학생이라면 어떨까. 지난 1월24일 전주시 인근의 한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홍아무개(19)양이 숨지기 며칠 전 SNS에 남긴 말이다. 홍양이 다니던 회사는 LG유플러스 콜센터다. 홍양은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콜센터에서 일했다. 첫 직장이었던 만큼 꿈과 목표도 있었을 터. 국내 3위 통신·인터넷업체인 LG유플러스의 콜센터 LB휴넷은 10대가 버티기에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전직 상담원들조차 “멘털이 부서질 정도로 영업 압박을 하는 곳”이라고 했다. 콜센터는 직원들의 성과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팀 실적을 평가해 직원들에게 연대책임을 지웠다.

그래서일까. 홍양과 콜센터에서 함께 일했던 실습생들도 실적으로 인한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LG유플러스 상품의 해지를 막는 해지방어(세이브) 부서에서 일한 홍양의 심리적 부담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홍양은 친구에게 “죽어 버리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이튿날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현장실습생의 자살은 2014년 1월에도 있었다. 충북 진천 CJ제일제당에서 일하던 김아무개(19)군은 출근을 하지 않고 기숙사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김군은 종종 가족들에게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은 같은해 2월 울산시 한 공장에서 공장 지붕이 무너져 현장실습생 김아무개(19)군이 지붕에 깔려 질식사했다. 당시 현장실습생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현장실습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노동계와 교육계에서 제기됐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들은 서로를 ‘땜빵’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3학년 1학기를 마친 학생들이 하나둘씩 공장이나 회사로 들어가 비정규직·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빈자리를 채운다는 의미다. 대학 진학 대신 공장과 회사를 선택한 청소년들이 서로를 ‘땜빵 노동자’라고 부르며 농담하는 것이다. 비극이 반복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어른들도 기피하는 일에 학생들을 '땜빵'처럼 채우는 걸 어른들이 방관하고, 적극적으로 조장하는 것은 아닐까 되돌아봐야 한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현장실습생 제도를 철두철미하게 점검해야 한다. 특성화고 취업률을 높이는 데에만 목표를 삼은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이랜드파크 임금체불 사건을 계기로 현장실습생 등 인턴 활용 사업장 500곳을 감독했다. 그리고 두 달 뒤 이 사건이 발생한 것에 책임이 있다. 정부가 혹시 아이들을 '땜빵' 취급하고 있는 것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구태우  ktw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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