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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간접고용 노동자가 본 외주화 실태 ②] 조선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다단계 하도급 제한' 절실김재현(가명) 조선소 물량팀 노동자
김재현  |  jj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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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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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현(가명) 조선소 물량팀 노동자

지난해 창문에 매달려 일하던 전자제품 수리 노동자가 추락해 숨지고, 스크린도어를 고치던 청년이 전동차에 치여 사망했다. 모두 간접고용 노동자다. 대기업은 외주화로 업무뿐만 아니라 위험까지 비정규직에게 떠넘겼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사회를 바라는 기대는 차고 넘친다. 안전사회를 여는 열쇠는 노동자들이 쥐고 있다. 일자리가 안정적이어야 집중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안전업무 외주화는 분명 독이다. <매일노동뉴스>가 대기업 외주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네 차례로 나눠 지면에 싣는다. 위험업무를 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우리 사회 감춰진 노동을 드러내고, 변화를 이끄는 작은 물결이 되기를 기대한다.<편집자>


조선소 물량팀 용접공 노동자로 고성·통영 인근에서 일한 지 9년째다. 조선소 현장의 높은 위험성이야 두 번 말하지 않아도 익히 알려져 있다. 그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사람이 비정규직 기능공들이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조선소 곳곳에 휘날리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2012년 통영에서 일할 때다. 카풀을 하며 친하게 지내던 형님이 지게차 협착으로 사망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지게차 기사가 무면허였다고 한다.

급히 현장에 가 보니 사고장소 인근이 안전테이프로 둘러쳐 있었다. 그 옆에서 현장소장 주도하에 아침체조가 한창이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고래고래 소리 지른 뒤 주저앉아 통곡했다. 그 형님은 보상 문제가 하청업체와 협의되지 않아, 결국 소송까지 갔다. 원청은 끝가지 10원 한 푼도 보상하지 않았다. 하청업체 사고에 원청이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말을 내세웠다. 기가 막혔다. 사고 후 20여일이 지나서 우리 물량팀은 원청에 의해 현장에서 쫓겨났다. 밀린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말이다.

세계 1위 조선강대국이라는 우리나라의 조선소 현장에서 생기는 모든 문제의 시발은 딱 하나다. '원청-하청-물량팀-돌관팀'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시스템이 그것이다.

소 조립 공정부터 탑재 공정까지 배 만드는 현장 곳곳에는 각각 수십 개의 하청업체와 물량팀이 제작공정에 참여하고 있다.

초기 물량팀이 생겼을 때에는 긴급 물량을 해결하려는 목적이 컸다. 그런데 요즘에는 물량팀이 한 하청업체에 적을 두고 상주하면서 일한다. 이제 초창기 개념의 물량팀은 돌관팀이라 부른다. “돌격하여 관철하자”라는 것이 돌관팀의 뜻이란다. 하청업체와 물량팀장은 겉으로는 둘 다 사장이다. 조선소에서 사장이 되기는 아주 쉽다. 1억~2억원가량 공탁금을 원청에 내고 물량팀만 확보하면 쉽게 하청업체 하나를 차릴 수 있다. 물량팀장이 하청업체에게 공탁금을 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물량팀장은 사업자면허가 없어도 하청업체와 계약을 한다. 물량팀장과 팀원들은 4대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다. 사업면허가 있는 물량팀장 아래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 4대 보험에 가입할 경우 시급 1천원을 덜 주겠다고 해서 포기했다.

조선소 현장에는 미세먼지·쇳가루·용접흄 등 직업병을 일으키는 물질이 산재해 있다. 당연히 유해물질을 걸러 주는 필터가 부착된 방진마스크가 지급돼야 한다. 작업조건이나 작업량에 따라 하루 15개 이상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개인당 지급되는 필터는 4~5개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

발판이 없는 지상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벨트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그런데 업체별로 10개도 보유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원청 안전관리자들은 수시로 점검에 나서며 안전벨트 미착용자에게 벌금을 물린다. 장비를 주지도 않았으면서 안전책임은 노동자에게만 돌린다.

하청업체는 운영비용 중 인건비가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량팀은 100%다. 이들이 이익을 내려면 최대한 빨리 공사를 끝내야 한다. 위험한 것을 알면서 작업을 시키고, 작업자는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일하게 되는 구조다.

2미터 이상 고소작업은 발판 없이 일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인력 부족 탓에 발판이 작업공정에 맞춰 제때 설치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청업체가 발판 공정에 맞춰 제작공정을 늦출까? 절대 아니다. 웬만한 높이는 사다리를 놓고 작업을 하고, 크레인에 쓰레기통을 매단 뒤 그 속에 작업자를 탑승시켜 일하기도 한다. 작업공정이 늦어지면 이익이 줄기 때문이다.

밀폐공간에서는 혼재작업이 금지돼 있지만 절단작업·용접작업·사상작업 등이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작업을 마무리하고 다음 작업을 하면 그만큼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어쩌다 안전매뉴얼이 칼 같이 지켜지는 날이 있다. 바로 고용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에서 점검을 나오는 날이다. 특별단속이나 합동단속이 있을 때에는 이미 몇 주 전부터 예보가 뜬다. 이날은 안전매뉴얼이 칼 같이 지켜진다. 이런 단속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조선소 현장의 안전을 위협하는 만악의 근원은 외주화다. 다단계 하청이 없어져야 사망사고도, 직업병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조선소 현장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부인하지 못할 절대적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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