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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의 추억-대법원 그땐 왜 그랬어요?고윤덕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 고윤덕_변호사(법무법인 시민)

지난주 금요일 철도노조 2013년 파업 업무방해죄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결과는 검사의 상고 기각. 당시 노조위원장 등에 대한 무죄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대법원 판례 법리에 따르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왜 그리 가슴을 졸였던가.

대법원은 2011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전격성)으로 이루어져 심대한 혼란 또는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에 한해 업무방해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히고 기존 '파업=업무방해죄' 공식을 일정 부분 폐기했다. 그에 따르면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이뤄졌고 노조의 수차례 파업 예고, 사용자의 대응방안까지 완비됐던 당시 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는 인정될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사건 1심 재판이 진행되던 2014년 8월 갑자기 이전 철도노조 2009년 파업에 대해 "사용자가 파업을 예측하고 대비까지 하였으나 결론적으로 예측할 수 없었다"(→ 전격성 인정되므로 유죄)는 이상한 논법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여러 사건을 하다 보면 가끔 뒤통수를 맞는, 정말로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판결이 딱 그랬다. 당시 주심 변호사는 국어문법에도 맞지 않는 어이없는 판결이라고 분기탱천했다. 이미 한 차례 구속됐다 석방된 피고인들도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줄줄이 이어진 관련 하급심 재판들도 문제였다. 그동안 무죄선고가 꽤 있었는데 저 대법원 판결이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했다.

공판검사는 신이 났다. 그냥 열심히만 해도 좋으련만, 마치 피고인들을 잡아넣지 않으면 나라가 절단 나는 듯이 열과 성을 다해 공판에 임했다. 사실 그를 떠올리면 싸우면서 정든다고 약간의 연민이 생길 정도였다. 노동사건을 해 본 경험이 별로 없었는지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못하고 여러 주장을 쏟아 내면서 적지 않게 도움을 줬던 것이다. 했던 말 또 하고 물었던 것 또 묻는 너무도 지루했던 법정에서의 시간을 견디는 것이 가장 힘들었는데, 친절한 재판부는 그걸 다 들어 주고 변호인들은 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넘어가고 그랬다. 그랬는데, 막판에 2009년 파업에 대한 저 이상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지금도 1심 판결을 선고하던 날의 기억이 비교적 생생하다. 그날 선고 결과가 너무나 궁금해서 직접 나가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만일 유죄 판결이 선고될 경우 뭐라고 하는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고 할까. 다행히 무죄 판결이 선고됐고, 기뻐하는 피고인들 사이에서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다. 재판부도 2009년 파업에 대한 저 대법원 판결이 이상한 줄 알고 있구나, 무작정 따라가지는 않는구나, 항소심에서도(검사가 분명 항소할 테니) 재판부를 합리적으로 설득하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이후 항소심에서도 무죄, 그리고 이번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선고돼 확정된 것이다.

대법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의 의의를 “2013년 철도노조 파업이 ‘철도민영화 저지’라는 사용자의 경영판단 사항을 목적으로 하여 정당성이 없지만,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보아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부정함으로써 (2011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한 사례”라고 밝혔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근로조건과 직결되는 많은 문제들이 사용자의 경영상 판단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파업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을 바로잡는 것이다. 그리고 노무제공 거부의 부작위에 불과한 단순파업의 경우에도 업무방해죄가 인정될 수 있다는 법리 자체를 폐기하는 것이다.

이제 재판도 끝났고 변론을 준비하던 불면의 밤도, 수백 쪽에 달하는 두꺼운 검사 의견서도, 지루한 법정의 공방도 모두 추억이 됐다. 그래도 한 가지 묻고 싶다. 대법원, 그때 왜 그랬어요? 2009년 파업에 대해서는 왜 그랬어요?

고윤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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